'맛 좀 보실래요' 배우 서하준 "선한 이미지 탈피, 다양한 역할 향한 욕심 더 커졌다"

나혜란 기자 / issu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4-30 14: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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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하준이 다양한 역할을 향한 갈증을 드러냈다.


27일 성동구 모처에서 SBS ‘맛 좀 보실래요’ 서하준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서하준은 “7개월 반 동안 사고없이 무사히 잘 끝난게 한 작품하면서 가장 큰 복”이라며 대장정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서하준이 출연하는 ‘맛 좀 보실래요’는 총 124부작으로 이뤄진 장편 드라마. 드라마는 우리 집안에도 한두 명 있고, 우리 동네에서도 한두 번 본 적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지극히 통속적인 이야기를 담는다.
 

극 중 서하준이 맡은 이진상은 강해진(심이영 분)의 전남편 역이다. 극 중 진상은 연상의 해진과 결혼 후 대놓고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선한 이미지로만 비춰졌던 그에게는 색다른 행보가 아닐 수 없는데. 하지만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맡고 싶은 갈증이 오히려 더 심화 되었다고 말한다. “새롭고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첫걸음을 밟은 것 뿐이에요. 더 다양한 인물의 삶을 살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라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서하준이 분한 이진상은 자기 이름대로 진상같은 행동을 이어가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켰지만 정작 본인은 해진에게 미안함을 느꼈다고.

“진상의 불륜을 목격했을 때 진상에게 와서 진심을 비추었던 장면이 있어요. 그 때는 진상이 단호하게 해진을 내치고, 불륜을 저지른 주리와 함께 자리를 나서죠. 오롯이 진상이란 인물을 이해해야 하는데 해진이라는 인물이 이해가 가고 너무 안타까웠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도 사람이 하는 직업이다 보니 감정이 들어갈 수 밖에 없더라”며 “해진에게 모질게 하는 촬영이 끝나면 심이영 선배님에게 너무 미안해서 사과를 건네요. 그 떄는 선배님도 재치 있게 잘 받아주세요”라며 훈훈한 촬영 비화를 밝혔다.

그는 124부작이라는 대장정을 거치며 밀도 있는 촬영 스케줄에 적응해야만 했다. 배우에게는 대본을 암기하는 시간이 촉박했을 터. 그는 자신의 암기 요령에 대해서 “짧은 대사는 기억할 수 있지만 긴 대사같은 경우엔 서론, 본론, 결론을 나눠서 읽는게 기억이 더 잘 나요. 글을 자세히 보다 보면 작가님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파악되요. 문단도 나눠보고 대사를 읽다 보면 조금은 쉬워져요” 라며 암기 요령을 전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좋은 연기, 좋은 배우란 무엇일까? “연기라는 것은 어떤 분야보다 객관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수학, 과학, 음악, 체육, 미술도 기준치가 있죠. 그러한 분야들은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결과에 대한 마무리가 돼요. 그런데 연기는 시각적으로 답을 얻을 수 는 없어요. 하지만 얼마나 보는 이들을 공감하게 만들고 설득 시키느냐가 연기의 기준치인 것 같아요. 그리고 좋은 연기와 나쁜 연기를 구분 짓는 것 또한 개인의 몫이죠”라며 연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밝혔다.

“그런데 10명이 모두 내 연기로 설득 당했다고 해도 ‘나는 연기 잘하니까 좋은 배우. 만들어진 나를 받아들여’는 아닌 거에요. (보는 이들의 시선을 넘어) 배우의 안에서 진실성이 존재해야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진실성을 강조한 그는 “배우가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섰을 때 ‘이런 표정을 지으면 이렇게 보이겠지’ 이런 식으로 경험으로 체득한 것을 유지하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돼요.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걸 도전하고 신선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에게 매료되는 것 같아요”라며 닮고 싶은 배우로 덴젤 워싱턴을 꼽았다.

“분노라는 감정을 느꼈다 하면 보통 어떤 표정일지 그려져요. 그런데 ‘더 이퀄라이저’에서 분노를 느끼는 장면에서 덴젤 워싱턴의 눈은 너무나 차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무서웠거든요. 평온한 눈빛인데도 제가 그 앞에 있었다면 소스라쳤을 거에요”.

연기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중 그는 사극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기도 했다. “사극을 너무 좋아해요. 공연할 때도 고전극 위주의 연극을 해와서 서양학에 관심이 많기도 해요. 우리나라 사극도 고전극이다 보니 톤 자체도 그렇고 공통되는게 많아서 오히려 저에겐 사극이 더 편해요”.

앞서 배우 서하준은 뮤지컬과 연극으로도 연기력을 입증시킨 바 있다. 만약 연극과 드라마가 동시에 들어온다면 어떤걸 선택할 것 같냐는 짓궃은 질문에도 그는 미소로 회답했다.

“역할에 따라, 세계관에 따라, 제 심리상태에 따라서 다를 것 같은데요”라며 “두 장르 모두 매력이 있어요. 연극은 관객 간의 호흡, 즉석에서 오는 반응 그리고 무대 위에서 관객들 느껴지는 시선을 즐기는 장소에요. ‘같이 놀자’는 느낌이 강해요. 드라마의 장점이라면 무대처럼 즉석을 반응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확신을 가지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돼요”라며 장점을 꼽았다.

올해 32살이 된 서하준은 미래에 대한 고민도 진지해 졌을 시점이다. “저도 20대 때는 자신감, 패기, 근자감이 넘쳤어요. 나는 경주마이고 빠르게 달리고 있지만 결승선이 어디있는 지를 몰랐죠. 그런데도 발은 멈춰지지 않았어요. 사실 지금도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30대에 들어서는 여유를 만들도록 하고 있어요” 라며 여유에 대한 태도를 드러냈다.

“20대와 다른 점은 지금은 경우의 수, 대비책을 두려고 해요. 누군가는 ‘겁이 많아졌다’, ‘조심스러워졌다’ 라고 말하겠지만 경험으로 쌓인 대비책들이 저를 여유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라며 성숙한 관점을 밝혔다.

여유를 찾아가며 생긴 취미도 있다는데.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정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간절했어요. 방법을 찾다보니 자꾸 공집합으로 나오는게 명상이었어요.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눈만 감고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몰랐고. 그런데 (명상을 하면서) 편해지는건 분명히 있어요.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다른 세상이 보이기도 해요”라며 명상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눈을 감기 전에는 (보이는 광경이) 바쁜 걸음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여요. 여유도 없고. 그리고 눈을 감고 뜨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여유롭게 펄럭이는 국기가 보여요. 이렇듯이 좋은 것들이 눈에 들어와요. 이런 식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저에게 여유를 줘요”

명상을 통해 여유를 채워나간다는 그. 여유도 똑똑하게 부릴 줄 아는 ‘외유내강’ 배우 서하준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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