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월곡2동에 쌀 300포대 기부··· 10년째 화제

홍덕표 / hongdp@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1-16 18: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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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을에 나눔온정··· 얼굴 없는 기부천사 떴다
직원들 "잔치 분위기"··· 주민들도 후원 동참 물결

▲ 16일 새벽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낸 쌀 300포를 동주민센터로 옮기고 있는 이승로 구청장(가운데)과 주민 및 공무원들의 모습. (사진제공=성북구청)

 

[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얼굴 없는 천사'가 경자년 새해에도 어김없이 서울 성북구(구청장 이승로) 월곡2동 주민센터에 20kg 포장쌀 300포대를 보내왔다.

2011년부터 10년째로 지금까지 총 3000포, 쌀 무게 600톤, 시가 1억8000여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올해도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16일 아침에 쌀을 보내니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전화가 다였다.

얼굴 없는 천사의 쌀 나눔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니 만큼 천사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작은 단서라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주민센터의 한 직원은 “천사가 쌀을 보내는 날이면 새벽에 출근해 20kg 포장쌀 300포를 나르는 대전쟁을 치른다”면서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든든하고 얼굴 가득 미소를 짓게 되는 즐거운 고생”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16일 새벽에도 동주민센터 앞에서 주민, 공무원, 군인, 경찰 등이 100여명이 일렬로 서서 쌀을 나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들은 쌀을 이고 진 이웃에게 덕담과 응원을 주고받으며 "잔치 분위기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특히 얼굴 없는 천사의 소문을 듣고 손을 거들겠다며 일부러 찾아오는 주민도 있다.

이와 함께 얼굴 없는 천사를 따라 나눔을 실천하는 주민도 늘었다.

쌀과 금일봉은 물론 맞춤형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어 기부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구립 상월곡실버센터 이용 노인 100명도 인당 1만원씩 마음을 모아 성금 100만원을 보탰다.

특히 이날 쌀나눔 현장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기도 했다.

이숙영 할머니(93, 월곡2동)는 "4년 전 월곡2동으로 이사온 후 매년 천사의 쌀을 받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일부러 새벽길을 나섰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 감사의 마음을 언제 또 전하게 될지 몰라 천사가 쌀을 보낸다는 날에 일부러 동주민센터를 찾았다”면서 “천사 덕분에 매해 설명절에 마음 든든하게 보내고 있어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승로 구청장은 “종종 현장에서 만난 소외이웃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고독감이 견디기 힘들다며 호소할 때가 많다”며 “월곡2동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소외이웃에게 마음 따스한 이웃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감을 안길 뿐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천사의 뜻을 더욱 잘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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