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직원 상주 맡아 [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지난 11월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북 네 모녀'의 장례식이 10일 오전 서울 강북구 소재 서울좋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장례식은 시 공영장례조례에 따라 무연고자에 대한 공영 장례로 구청이 치렀으며, 상주 역할은 구청 직원과 성북동 주민이 맡았다.
이날 장례식에는 성북구 주민과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 관계자, 구청 직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고인들의 친인척은 이날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 관계자는 "고인들 중 어머니의 형제자매들에게 연락했지만, '여건이 어려워 참석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장례식장 한쪽에는 추모객들이 고인들에게 포스트잇으로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날 오전 붙은 포스트잇 30여장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더는 외롭지 않고, 더는 마음 아파할 일 없는 평안한 곳에서 편히 잠드시길 기도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추모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최돈순 신부는 조사에서 "평생을 외롭게 살다 삶의 마지막 순간마저도 혼자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외로운 죽음에 가슴이 아프다"며 "살아가는 것도 걱정이지만, 이제는 죽음마저 걱정이 돼버린 우리들의 삶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봤을 당신을 외롭게 보내드리고 싶지 않았다"며 "고인이 걸어온 긴 외로움의 여정을 함께 하진 못했지만, 그리고 너무나 늦었지만, 이제 가야하는 여행길은 덜 외로웠으며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모녀가 숨진 성북동 주민 및 이승로 성북구청장도 장례식장을 방문해 조문했다.
이 구청장은 "저희 몫 다하지 못해 고인들에게 죄송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취약한 사각지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숙제를 남겨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도시가스 검침원들과 업무협약을 맺어 취약가구를 점검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발인 후 4명의 시신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돼 파주시 '무연고 추모의 집'에 봉안될 예정이다.
앞서 70대 A씨는 40대 딸 3명과 함께 지난 11월 초 성북구의 한 다가구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숨진 후 발견될 때까지 꽤 오랜 기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됐으며, 부검 결과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는 구두소견이 나왔다.
이후 이들이 살던 집의 우편함에 채무 이행 통지서 등이 여러 통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생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이에 추모위원회에서는 '더는 안타까운 죽음이 없어야 한다'며 시민 분향소를 마련하고 복지제도의 전면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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