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지역구 사무실과 후원금 모금을 보장해야 한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25 09: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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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병 전 국회의원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선거 지역구에 후원회 사무실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지구당 사무실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 역할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해당 지역 지구당 조직을 국민의힘은 당원협의회(당협)라 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위원회라 한다.


그러나 현역 의원 신분이 아닌 해당 지역구 총괄 책임자들은 원외 당협위원장 또는 지역위원장으로 불리며 활동하고 있지만, 지역구 사무실을 운영할 수도 없고 후원회를 구성해 정치·선거 자금을 조성할 수도 없다.


전형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더 문제는 그 누구도 예외없이 한결같이 불법 상태에서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구 사무실을 두지 못하게 금지한 상태에서 어떠한 지역 정치활동도 불법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서조차 이러한 현실 속에 불법인 줄 알지만 업무 편의상 무시한 채 문서를 주고 받거나 직원이 방문하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 함께 엮여 있는 상태다.


사실 지금의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은 그동안 만연하던 한국 정치의 고비용 구조와 부패 척결에 큰 기여를 해왔다. 시끄럽기만 하던 선거가 차분해지게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각종 선거가 벌어져도 대체로 상식적인 선거운동이 전개되면서 거의 대부분 합법의 영역 속으로 들어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정치자금법과 까다롭기 그지없는 공직선거법의 존재 속에 선거 당선자들을 포함해 선출직에 출마한 거의 모든 후보들이 불법 상태에 놓여져 있다. 특히 당선이 유력한 주요 정당의 선두권 후보들은 선거법을 따지느라 선거를 치르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는 물론이고 검찰과 경찰을 중심으로 최대한 광의적인 해석과 접근을 통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유별나게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그 법의 위반을 놓고 당선 무효 또는 의원직 상실이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거나 사문화 되어 발생하지 않는 국회의원의 사법 처리와 재보궐 선거가 해마다 벌어진다.


선진 외국에서는 선거를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자 민주주의를 채워주는 꽃과 같은 존재로 여긴다. 일단 불법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로 설정해 놓은 우리와 접근 자체가 다르다. 국회의원을 기준으로 하면 지역구별로 국민 평균 20만명 정도가 선출해 권력을 맡긴 위임자를 아무런 국민적 위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선관위, 경찰, 검찰, 법원이 1명 또는 몇 명의 판단으로 이를 무력화 하는 것은 반민주주의적이다. 굳이 부정부패와 불법을 저지르면 형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이런 까닭에 우리의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사법부의 법적 판단을 빌리면 위헌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는 국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 단순한 민원 차원에서 지역 정책 현안에 이르기까지 언제라도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실이 어떠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역 정당 사무실은 당장이라도 합법화 되어야 마땅하다. 국민의 권력 위임을 받은 자만이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충실하자면 공직후보자가 되려는 그 누구라도 정치자금을 조성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지 사무실을 열 수 있는 자유는 원천적으로 부여되어 있다. 정치자금의 대표적인 방법인 후원회와 후원금의 모금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개인별로 걷는 후원금은 엄격하게 제한하지만 ‘소프트 머니’라 하여 정당에 무제한적인 기탁을 하고 지정한 정당과 후보에게 사용하도록 제한할 수 있어 공직후보자들은 필요한 선거자금을 조성해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은 지역구에서 후원회를 구성해 액수 무제한의 후원금을 조성해 정치와 선거 활동에 사용한다. 유럽의 주요한 정치 선진국들도 이러한 제도적 환경이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나름대로 적절하게 마련되어 있다.


이제 한국도 정치인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편리하고 쉽게 조달할 수 있게 원칙적으로 허용해 줄 때가 왔다. 그리고나서 불법이 있다면 형법에 따라 처리하되, 공직후보자와 선거운동원의 불법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친다는 점을 감안해 중과실 엄중 처벌의 원칙을 확립해 적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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