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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대 이문성 교수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일까. 한국의 2022년 출산율이 0.78명이고 OECD 국가에서 출산율이 1명 이하인 유일한 국가라는 뉴스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경제현상은 인구현상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전체 인구의 경제적 기대감이 높으냐 낮으냐에 따라 상승과 하락이라는 경제 현상이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노동력을 로봇과 AI가 대신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진 현대 사회에서도 인구 규모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단순히 저출산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 급급하다는 인상이 든다. 많은 사회학자는 ‘저출산’이라는 국가이기적인 플레임에서 벗어나 국민의 삶 만족도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만만한 것이 예산이라서 그런지, 보다 한 차원 높은 정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육아 정책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시는 엄마와 아빠의 육아 어려움 해소를 위한 퇴근길 가정 행복도시락과 밀키트 할인지원 사업 시행계획을 자랑스럽게 언론에 알렸다.
도시락과 밀키트로 가족과 식사해야 하는 그 순간이 과연 행복할까.
왜 도시락과 밀키트로 가족과 식사해야 하나.
한국인의 출퇴근 시간은 길기로 악명이 높다. 평균 출근시간을 보면 거의 한 시간에 가까운 58분으로 OECD 평균인 28분의 2배에 달한다. 퇴근 후 집에서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우리 대부분에게는 사치로 다가올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물론 이 소식도 최저 출산율만큼이나 피곤할 만큼 익숙하다.
여가생활의 주요 지표인 국내여행일수가 2019년 10일에서 21년 6일로 축소되었다. 당연한 결과로 여가생활 만족도를 보면 한국인의 27%만이 여가활동에 만족한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은 제대로 된 여가생활을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여유 있는 노년기를 보내야 할 60세 이상 어르신은 10명 중 8명이 여가생활에 불만족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인은 도대체 언제까지 참아가며 ‘쨍하고 해 뜰 날’을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소귀에 경 읽는 마음으로 다시 말하건대 한국의 저출산 정책은 단순히 저출산이라는 통계치에 급급하지 말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저렴하고 안전한 식자재로 따뜻한 밥과 맛나는 반찬을 가정에서 요리하여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 국민이 못났는가?
도시락과 밀키트를 사서 꼬마들에게 주어야 하는 부모의 무너지는 억장을 위정자들이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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