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부채탕감" 소탐대실...당권가도 적신호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08 10: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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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대출금 탕감? 개인 의견일 뿐“ 불쾌감
홍준표 이재오 “한 자리에만 충실해야…손절될 수도"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계가 본격적인 교통정리에 나선 가운데 당권 도전을 놓고 모호한 입장을 취해오던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대출 탕감' 방안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이 즉각 반박하고 나서자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 "아이디어 정도를 말씀드렸다" "당장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등의 해명으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다만 그는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번 이슈를 정치적 이해관계의 프레임에 가두고, 억측을 바탕으로 근거없는 곡해를 하는 일은 지양해주시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대출탕감' 논란은 앞서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신년 간담회에서 결혼하면 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를 출산하면 무이자로 전환하고 둘째 출산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 시 원금을 전액 탕감해주는 헝가리의 출산 지원정책을 언급했고 이에 대통령실이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촉발됐다.


실제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6일 "나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면제하는 방향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오히려 윤석열 정부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와 조율없이 설익은 정책을 발표한 나 부위원장을 질책했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면에는 당권 도전 뉘앙스를 풍기며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낸 나 부위원장을 통해 친윤계 당권 교통정리를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따라 '당심 1위' 여론조사 결과를 등에 업고 당권도전에 나서려던 나 부위원장이 소탐대실로 당권가도에 적신호를 켜는, 자충수를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을 패싱한 일방적 '대출탕감' 발언에 두고 당 안팎에서 일제히 한목소리로 나 부위원장 처신을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실제 당내 최대 규모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 간사를 맡은 재선의 김정재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서 "대통령이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 두 개를 한꺼번에 줬다"며 "3개월이 안 됐는데 그냥 접고 나온다면 굉장히 부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는 진중하고 길게 보는 게 맞"며 "인구 문제에 집중해 결과물을 내 윤석열 정부 성공에 큰 공헌을 했으면 한다"고 사실상 출마를 만류했다.


청년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도 같은 날 BBS 라디오에서 “중요한 직을 맡은 지 몇 개월 안 됐는데 거기서 성과를 내는 게 당 대표하는 이상의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고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재오 전 의원 등 당 상임고문들은 더 호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에서 "부위원장은 장관급으로 공직에 충실해야지 다리는 공직에 걸쳐놓고 맨날 당 행사에 가서 마이크나 잡고 그러면 임명권자(대통령)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대표로) 나갈 생각이 있으면 그만두고 뛰어들든지 아니면 당에 얼씬도 안 한다고 하든지 해야지 정부랑 협의도 안하고 불쑥 애 셋 이상 낳으면 어떻게 한다? 그러니까 대통령실이 황당해 그 이야기를 한 것 아니냐"며 "이는 대통령실이 일거에 '당신은 안된다'고 잘라버린 것"이라고 했다.


홍 시장도 같은 날 밤 페이스북에 "최근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실과 조율 없이 좌파 포퓰리즘적 출산 장려 정책을 발표했다가 대통령실이 즉각 아니라고 부인했다. 혼자 튀어보려고 혼자 생각하고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정책 발표는 집행 책임이 없는 국회의원 때나 가능한 것이지 정부 관료로서는 지극히 부적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실의 경고를 새겨 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두 자리를 놓고 또 과거처럼 기회를 엿보면서 설치면 대통령실도 손절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부위원장직이) 나경원이 되기 전에는 존재도 없었다, 힘이 있으려면 당대표 하면서 하는 게 힘이 있지 않냐는 농담도 있다"며 "그 자리(당대표)에서 더 크게 도와드릴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당원들이 많이 원하는 것 같다”며 “설 연휴 전후에 결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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