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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라면 오래 동안 수도 서울의 남대문(숭례문)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더러는 광화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이 활용되는 정도다. 외국의 대표 상징물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 실제로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해 남대문을 직접 찾아가서 본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영국 런던의 빅벤·런던아이, 중국의 자금성·만리장성, 일본의 황거·천수각 등을 떠올려 보면 쉽게 비교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접근해 볼 때 우리 대한민국을 대표할 상징물을 새로 세워서 전 세계에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 상징물을 설치할 적합한 장소는 여러 곳에 있겠지만 여의도 국회의사당 자리가 적합하다고 제안하고 싶다. 국회가 세종시로 옮겨가면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는 셈이다. 이 곳은 위치상 그야말로 명당 중의 명당이다. 전망 뷰의 극치라 할 만하다.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을 통해 서울로 진입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곳이자 서울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새길 수 있는 첫 인상지로서 모자람이 없다.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의 하나이다. 경제력, 군사력, 교육수준, 과학기술, 문화역량 등에서 세계 10위권에 속하며, 제조업, 첨단산업 등의 측면에서는 수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K팝, 한국드라마, 한국영화, 한식 등의 한류가 워낙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 그 주목도는 정말 높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적인 고유함만을 강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제라도 그보다는 인류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진정한 이웃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가 보더라도 그 규모와 내용에서 손색이 없어야 할 것이고, 포함하는 가치와 의미에서 인류 보편적 가치와 미래 지향성을 담고 있으면 좋겠다.
이런 점에서 국회의사당 자리는 그러한 모습을 반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충분히 넓다. 무엇보다 그 위치상 상상을 초월할 수준으로 창조적인 값어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 보인다. 그동안 세계사 전반을 주도해온 양대축의 하나로 동양을 손꼽는 현실에서 중국과 일본은 부각되어 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외면받거나 작게 다루어져 왔다. 이젠 동양 3국의 일원인 데다 발전 가도 속에 인류의 풍성한 삶에 기여하고 있는 한국의 진면목이 제대로 부각되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우리의 유구하며 독창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시대상과 정신을 담아낼 상징물을 국회의사당 자리에 세우는 일은 21세기에 맞는 대역사라 볼 만하다.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내적 통합의 구심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장 대표적이고 기본적인 상징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다만 이 기념비적 상징물의 건축 기한을 놓고 서두를 이유는 전혀 없다. 충분한 공론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적 주목과 여론 합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숙성 기간을 거치는 만큼 더 좋은 건축물을 상상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각종 공모전을 통해 담아내야 할 가치들을 고르다 보면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릴지 모른다. 건축 기간 자체로 보자면 수십년 또는 100년 이상 걸려도 감수할 결심을 하면 어떨까 싶다.
그 과정에서 이 상징물의 크기와 특징 등을 초대규모로 표현하는 것은 기본이고 확장 지향성까지 안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본다. 이를 보기 위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달려오거나, 언젠가 여행을 하거나 관광에 나선다면 꼭 가야 할 곳으로 손꼽게 만들면 좋겠다. 누구라도 손꼽는 버킷 리스트에 들어가도록 만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기념비적 상징물을 세우는 김에 한 가지만 더하고자 한다. 그 상징물 내부 또는 지하와 주변에 초거대 박물관을 건립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사실 한국은 고대 문명 시절 이후부터 인류문명에 이바지한 바가 커서 이러한 ‘인류문명사에 이바지한 한국 박물관’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주요 구성으로는 시대사별로 전시방을 만들어 시각적이며 입체적인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 기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주요 내용들로는 반구대 암각화, 볍씨, 콩(장문화), 고인돌, 마제석검·비파형동검·세형동검, 다뉴세문경, 온돌(구들), 인쇄술, 도자기, 주화·신기전, 온실 등과 같이 고대 이전의 시절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문명에 이바지한 역사와 유적 그리고 유물들을 전시하는 공간과 함께 현재의 역량과 미래 지향적인 우리의 모습까지 담아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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