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개헌 대통령을 2042년부터 선출하면 된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15 10: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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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병 전 국회의원



한 나라의 미래는 국가 지도자에 달려 있다.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세종과 정조 임금이었기에 문물을 꽃피우고 국민 전반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었다. 연산군과 선조 같은 임금 시절에는 온갖 환란이 국내외적으로 빚어지며 국민들은 민생 파탄과 고단한 일상을 겪어야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제 국가다. 행정국가의 오랜 역사적 전통이 남아서인지 대통령의 권한이 실로 막강하다. 헌법에서까지 그 힘을 보장해 줌으로서 제왕적 대통령으로 불리며 하루빨리 개헌을 해야 한다고 아우성일 정도다.


사실 지구촌의 대다수 국가들은 유럽 정도를 빼고 나면 대통령 중심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거의 모든 대통령제 국가들은 연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단임제 국가는 멕시코와 함께 한국 단 두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두 나라마저 단임제로 인해 한결같이 정치적 낭비와 혼란이 극심한 편이다. 이런 까닭에 정치권에서는 항상 개헌 논의가 뜨거운 화제로서 끊이지 않는다. 대통령선거 때만 되면 다루어지는 단골 주제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의 개헌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제왕적 대통령에 따른 폐해, 되풀이 되는 퇴임 대통령들의 불행, 사생결단식 대립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 국가 과제의 일관성과 지속성 결여 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그 논거로서 제시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1987년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이 모두 불행해졌다. 대통령을 둘러싸고 재임 내내 부인과 자식이 구설에 오르거나 구속되는 망신을 당하며 시끄럽다가 퇴임 후에는 본인마저 감옥에 가거나 자살하는 등 하나같이 불행한 종말을 되풀이 했다. 모든 대통령이 자신은 전임자의 전철을 밟지 않을 듯이 처신했지만 피해가지 못했다. 국민들로부터 박수와 존중을 받으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도 모자랄 마당에 제발 나타나지 말라는 압박에 처해 있는 실정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부에서는 제왕과 다름없는 권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지만 그 보다는 단임제에서 오는 폐해가 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여느 대통령이든 당선이 됐을 때 연임제라면 재임을 노리기 때문에라도 처음 집권기 동안은 열심히 국정에 임하기 마련이다. 참모와 캠프 인사 등도 단임의 그 짧은 기간 안에 무언가 자신의 몫을 챙기려는 초조함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부정부패와 매관매직을 결정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


개헌을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주체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은 당선 전까지 개헌을 주장했다. 당선된 대선후보들은 한결같이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방점을 두었는데 막상 당선되면 그 이후에는 누구랄 것도 없이 지도력의 약화와 국정의 혼선을 초래한다며 개헌 논의조차 막아 버렸다. 국민들로서도 산적한 민생 현안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 보니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었다.


결론적으로 볼 때 개헌을 이루어내려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서로 큰 차이가 없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미루고 보는 현실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문제는 대통령을 비롯해 집권 세력 입장에서 임기 단축 등의 유불리를 따지고, 여기에 서로 간의 입장에 따른 각종 개헌 조항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다 보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나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역대 국회에서는 개헌특위를 구성하거나 국회의장이 개헌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실제로는 힘없이 진행되다가 회기가 끝나면서 용두사미로 마무리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해진다. 개헌 과정에서 2가지만 잘 안배하면 된다. 먼저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이라 하여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단 한 조항만 고치면 된다. 우리가 흔히 원 포인트 개헌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미국에서도 원래의 헌법을 고칠 때 수정헌법이라 하여 27개 조항을 만들었는데, 대부분 원 포인트 개헌이었다. 의지에 달려 있을 뿐이다. 그 다음 하나는 개헌의 적용 시기를 놓고 유예기간을 두면 되는데, 2042년부터 시행하면 된다. 이렇게 개헌 시기를 아주 늦게 설정해 정치 현안이 되지 않게 잘만 설정하면 현직 대통령과 정당 지도부를 비롯해 누구도 반대할 필요가 없어진다.


정치달력을 살펴보면 대선이 2027년, 2032년, 2037년, 2042년으로 이어지고, 총선은 2024년, 2028년, 2032년, 2036년, 2040년으로 이어진다. 언제가 좋을지는 앞서 말한 몇 가지 전제만 생각한다면 답이 금세 나온다.


무엇보다 대선과 총선을 놓고서는 2년 격차를 두어 중간평가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합당하다. 대통령이 마구 권력을 행사하거나 제대로 못할 경우의 국가 리스크를 상당하게 막을 수 있다. 국정운영의 방향과 실적을 놓고 그 중간평가에 해당하는 총선을 대선 2년 후에 시행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내기 마련이다. 국회의 최고 권능이 대통령에 대한 견제인 만큼 총선이 대선 2년 후라야 맞는다. 국민의 입장을 강화하면서 그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좋아 국민의 이익에도 가장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이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2042년부터 적용하는 개헌을 하면 된다. 2040년에 총선이 있고, 2042년에는 대선이 있어 딱 좋다. 그 이후부터는 2044년 총선과 2046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 개헌해 두고 이때부터 적용하면 오랜 유예기간이 설정되면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모두 임기를 단축하지 않아도 되고, 각종 쟁점들을 최소화 하며 복잡한 정치공학적 셈법에 골몰하지 않아도 된다. 어떡하든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제7공화국의 출범을 꼭 이루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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