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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재정을 너무 크고 방만하게 운용하고 있다. 올해 예산이 638.7조원에 이르러 외국과 비교해 봐도 국가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이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그만큼 세금을 더 걷어들여야 하는데, 기업과 국민 주머니에서 가져오는 방법 밖에 없다.
사실 예산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분야가 여럿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방만하게 운영한 무분별한 포퓰리즘 예산은 물론이고 회계감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시민단체들의 쓰고보자 예산도 단 한 푼도 남김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살펴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대대적인 감세 조치와 함께 건전재정을 기조로 삼은 만큼 교육 예산은 반드시 줄여야 하는 분야로서 그만큼 한 해 예산을 감축하는 한편 다른 꼭 필요한 부문에 보내 사용하도록 대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
현재 유치원에서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까지 저출산 사태로 인해 학생 수가 해마다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초중고 학생 수가 2000년 798만명에서 2014년 638만명, 2015년 615만명에서 2018년 569만명, 2020년 561만명으로 꾸준히 줄어들다가 작년에는 528만명으로까지 줄었다. 향후에는 더 극심하게 격감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마당에 매년 교육 예산을 늘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교육비 없는 공교육의 정상화 및 대입 제도의 개선과 함께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정 과제인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은 교육부가 법 규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내려보내야 하는 예산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거둔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라 하여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내야 하는데, 교육청 세입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교육 예산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집행할 대상과 분야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문 정부는 내국세 연동비율을 2019년과 2020년 2차례에 걸쳐 오히려 인상함으로서 교육청이 엄청나게 늘어난 돈을 펑펑 쓰게 만들어 버렸다. 그에 발맞춰 시·군·구 교육청과 학교들까지 일단 돈을 받아 쓰고 보자는 접근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규모도 엄청나서 2000년 8.6조원이던 것이 2016년 45.9조원으로 불어났고, 2018년 49.5조원, 2019년 55.7조원을 거쳐 지난해에는 76조원(추경 포함)으로 늘어났다. 학생 수가 급증하던 1972년에 안정적인 공교육 지원 명목으로 도입한 후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학생 수와 상관없이 고정 배정하다 보니 경제 성장에 따라 예산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것과 달리,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인해 학생 1인당 교부금이 2013년 625만원에서 지난해에는 1528만원으로 급증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50년이 더 지나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현행 법 규정을 고쳐 지방자치단체에 이은 지방교육당국의 현금 포퓰리즘을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국회에서 교육 분야의 교육교부금 규정을 고쳐 적절한 재정을 지급해서 사용하도록 바꾸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그 개정 과정에서 공정과 경쟁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 지방 주민들과 지역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재정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동안 의무화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여론에 더해 실제로 고치려는 국회 내부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 확보에 매달리다 보니 이러한 방만한 재정 운용과 세금 낭비를 외면하거나 방치했다. 이제라도 이 일은 국회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 만큼 마땅히 해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중앙정부의 역할도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선도적으로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예산 축소, 효율적인 재배치, 막대한 규모의 이월·불용의 최소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집행을 하고 있는지 살피는 일과 그에 어긋날 경우 엄벌 정책을 통해 제어해야 한다. 이 일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감사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매년 정기적인 감사는 물론이고 사안별로 일정 기준을 정해 수시로 감사를 벌여야 한다. 그리고 편법 차원은 물론이고 합당하지 않은 지출을 하면 다른 재정과의 연동 책임을 부과해 재정 낭비를 막는 한편 불법을 저지를 경우엔 엄정하고 철저한 사법처리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를 더하자면 시·도 등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의 예산 칸막이를 치우고 통합하는 차원도 검토해 봐야 한다. 현재 지자체는 복지비 증가로 예산이 쪼들리는 반면 교육교부금을 받는 교육청은 예산이 풍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 예산 편성을 둘러싼 갈등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 예산에서 교육 부분만이라도 칸막이를 걷어내고 통합해서 쓰도록 하면 예산 비효율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남는 지방 교육 재정을 학생 복지나 지방대 지원에 쓸 수 있다면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교육교부금의 경우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에 쓸 수 없게 돼 있어 초·중·고교 학생 1인당 투자비는 OECD 최상위권으로 올라갔지만, 교부금의 배분에서 빠져 있는 대학의 경우 대학생 1인당 투자비가 OECD 최하위권이다. 그나마 윤 정부 들어 교육부가 나서면서 올해 고등·평생 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11.2조원을 책정하며 대학에 3조원의 국세분 교육세를 배분하도록 결정했다. 여기서 멈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 건실한 지방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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