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로 보는 재미있는 정치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9-21 11: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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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오늘 정치적으로 재미있는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하나는 위기에 직면한 정의당이 ‘재창당 결의’를 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연합정치’를 전술적으로 구사하겠다고 했으나, 그 방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연일 ‘내부총질’을 이어가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여당 소속임에도 여당 지지층에겐 확실하게 미운털이 박히었으나 야당 지지층으로부턴 상당한 지지를 받는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먼저 정의당 2022 선거 평가 및 당면 과제에 대한 당원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당원들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37%라는 낮은 득표율에 그친 주요 원인을 ‘민주당과의 차별화 실패’로 지목했다.


그러다 보니 올해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당원이 61.0%로 가장 많았지만,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도 무려 34.5%에 달했다. 지난 2017년 대선 이후 조사한 당원여론조사에서 심 후보에 투표했다는 응답(71.1%)보다 11.1%포인트(P)나 하락한 것이다.


민주당과 차별화가 없기에 굳이 낙선할 자당 후보에게 표를 줄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이 낮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당원들이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노선 및 정체성’을 가장 많이 꼽은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 대선에서 정의당이 가장 부족했던 부문에 대해 43.6%가 ‘노선 및 정체성’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당원들은 ‘노선 및 정체성’이 부족했던 구체적인 이유로 ‘민주당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라는 의견을 가장 많이 제시했다.


특히 정의당을 비호감으로 만든 이슈에 대해 당원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옹호(48.7%)’를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으며,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 찬성(26.9%)’을 꼽은 당원들도 상당했다.


사실상 ‘민주당 2중대’ 노릇을 한 것이 정의당을 비호감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다.(이번 결과보고서는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10년 평가위원회’ 의뢰로 7월 21일부터 28일까지 8일간 정의정책연구소가 진행한 조사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4%p다.)


물론 이번 조사 결과가 당원 전체의 의견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당원들 상당수의 의견인 것만은 분명한 만큼 당은 선거 참패에 대한 당원들의 쓴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다.


당원들은 민주당과의 차별화, 사실상의 ‘단절’을 요구하고 있는데, ‘연합정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민주당과의 전술적 연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엉뚱한 처방전을 내밀었다.


과연 그런 처방으로 정의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 이준석 전 대표와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도 상당히 재미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지지하겠다”라는 응답이 3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에게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이준석 대표가 재징계를 받아 출당해 신당을 창당하면 지지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지지한다’는 응답은 35.9%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56.0%는 ‘지지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37.6%, 더불어민주당 31.2%로 집계됐다. ‘지지 정당 없음’은 23.7%, 정의당은 3.2%였다.


이준석 신당이 여당보다는 낮지만 제1야당보다는 높게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허구다. 이런 여론조사 수치가 현실적이라면 이준석 전 대표는 당장 신당을 창당했을 것이다. 그걸 안 하는 건 본인도 의미 없는 수치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절반을 훌쩍 넘는 67.6%가 이 대표의 신당 창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45.1%가 지지했고, 특히 정의당 지지층에서는 56.6%가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여당 소속임에도 여당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야당의 지지를 받는 돌연변이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진짜로 야당 지지층 절반가량이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단지 내부총질로 여당을 흔들어대는 것에 대한 일시적 지지일 뿐이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론조사로 보는 정치판은 정말 재미있다. 개그콘서트가 사라진 이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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