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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은 함부로 손대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그리고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버렸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힘을 빼기 위한 결정이었으나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그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국민 앞에 두 손 모아 ‘싹싹’ 빌면서 제발 검찰총장 지휘권 배제 결정을 철회해달라고 애원해야 하는 딱한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앞서 추미애 전 장관은 2020년 10월 19일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그는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했다.
추미애의 후임인 박범계도 장관 재임 당시 이를 복원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김오수 전임 검찰총장도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 규정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어떤 사건이든 수사 진행 과정 등에 대해 일체의 보고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누구든 수사 지휘에서 배제된 검찰총장을 상대로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진행 과정 등을 따지거나 재촉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원석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원석에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도이치모터스 수사 곧 결론 난다', '오랫동안 수사한 거라 충분히 수사 이뤄지고 있다'라고 했다. 언제 결론 나나?"라고 물은 것.
이에 대해 이원석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전임 법무부 장관들이 검찰총장의 수사권 지휘 배제 결정을 했기 때문에 총장 직무대리로 있는 동안에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않았다”라며 “그래서 그 내용에 대해 일체 알지 못한다. 답을 드리기 어렵다”라고 했다.
그걸 따진 김의겸 의원만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거듭된 질문에 이원석 총장은 “국회에서 소임을 맡겨주시면 지금이라도 (수사 지휘하겠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권이 박탈한 검찰총장 지휘권을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앞장서서 복원시켜주면 지금이라도 수사 지휘를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선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지휘를 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회재 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장관에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지휘를 일부러 하지 않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한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건에 대해서 ‘이렇게 하라’고 지휘해도 되겠느냐”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김 여사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 지휘를 하라는 건 정파적 접근 같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어떤 사건은 장관이 수사 지휘하고 어떤 사건은 수사 지휘하지 않는다면 그건 공정하지 못하다.
더구나 한 장관은 어떤 사건이든 수사 지휘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취임하더라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것이고, 저도 지난 박범계 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 사례가 얼마나 국민에게 해악이 큰지 실감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었다.
결국, 민주당은 한동훈 장관은 물론 이원석 총장에게 어떤 사건이라도 구체적인 진행 과정이나 책임 등을 따져 물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추미애가 발동한 지휘권을 철회하고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돌려주어야만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법무부 장관이 과거 발동된 지휘권을 거두는 식으로 새로운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동훈 장관은 취임 때부터 지휘권을 발동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라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휘권을 거두는 자체가 지휘권 발동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민주당이 납작 엎드려 추미애의 잘못된 지휘권 발동에 대해 사과하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을 요청하는 길뿐이다. 얼마나 꼴사나운 일인가.
그래서 국가 시스템은 그때그때 자파의 이익에 따라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추미애의 자충수, 자승자박이고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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