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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발언 논란의 영상이 보도되기도 전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영상을 사전 입수하고 공개석상에서 비난을 쏟아낼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MBC의 최초 보도는 오전 10시 7분이었다.
해당 영상의 보도유예(엠바고) 해제 시점은 그보다 조금 빠른 한국 시각 9월 22일 목요일 오전 9시 39분이었다. 그런데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그보다도 빠른 오전 9시 33분에 해당 영상을 거론하며 '미국 의회를 폄훼하는 내용', '막말' 운운하며 비난했다.
MBC의 최초 보도 이전에, 그리고 엠바고 해제 시점 이전에는 언론 외는 알 수 없는 내용을 그가 어떻게 알았을까?
박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현근택 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도 사전에 해당 영상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현 전 대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럼 퇴장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대통령 발언이 촬영됐다'라는 글을 게재한 것은 9시 37분이었다.
정치부 기자를 거쳐 편집국장과 주필에 이르기까지 30년가량 언론사에서 근무해 왔지만,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을 본 적이 없다.
현근택 전 대변인이나 박홍근 원내대표가 천리안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MBC와 민주당 간에 은밀한 내통이 있었을 것이란 의구심을 갖는 건 지극히 합리적이다.
따라서 MBC가 영상의 대화 내용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나 외교부에 추가 확인 없이 멋대로 자막을 달아서 보도한 배경과 이 오독된 MBC 자막 내용이 보도도 되기 전 민주당에 흘러 들어간 의혹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MBC 제3 노조도 26일 성명을 내고 같은 의혹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날 노조는 "기자단 영상은 외부 유출이 안 되는 상황이었고 타사 기자들은 단신이나 동영상 제작을 하지 않던 상황에서 어떻게 오독한 자막 내용의 비속어 발언 정보가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오전 9시께 들어갈 수 있었냐"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어 "모든 언론사가 발언 내용의 명확성, 대통령의 프라이버시, 외교적 파장 등을 놓고 고심할 때 왜 우리 디지털 뉴스는 해당 음성을 세 번 후미에 반복하는 '악의적 편집'의 동영상을 만들어 냈느냐"라며 "먼저 박홍근 의혹부터 해명해야 하지만, 인터넷 동영상을 만들어 단정적으로 자막을 내어 방송하도록 결정하는 과정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MBC 노조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민주당은 분명하게 답할 필요가 있다.
특히 MBC의 해명이 나와야 한다. 언론인의 관점에서 MBC의 정언유착 의혹은 취재윤리에도 어긋나는 일로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기 그지없다.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는 많은 언론인의 얼굴에 먹칠하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잘못에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허위 방송한 MBC 박성제 사장, 편집자, 해당 기자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다"라고 밝힌 만큼, 조만간 검경 수사기관을 통해 ‘정언유착’ 의혹의 진실이 규명될 것이다.
국익을 위해 순방 중이던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고 특정 자막을 넣어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의 고의가 있다는 게 이종배 시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MBC 최초 보도 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먼저 해당 발언을 언급한 것을 두고 민주당과 MBC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조만간 박 원내대표도 고발하겠다고 했다.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 시민단체도 이날 MBC 기자 등과 박 원내대표를 각각 정보통신망법 및 형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보도는 언론의 기본이고 윤리다. 순방 보도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도 만일 그 과정에 개입해 언론사 보도 정보를 사전에 주고받으며 여론몰이를 시작한 것이라면 이는 ‘정언유착’으로 윤리적 비판은 물론 법적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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