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정치권력의 분산과 다원화(2)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3-22 14: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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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병 전 국회의원



삼성그룹의 이재용 회장이 최근 들어 잇달아 사업장을 방문했는데, 젊은 사원들이 적극적으로 반가워하며 휴대폰으로 함께 사진을 찍으며 환호하는 실정이다. 경제를 이끄는 주체인 기업의 생산성과 사회적 기여가 정치의 비생산성과 대비되면서 국민 전반의 호의 속에서 보다 자유롭고 광역화된 활약을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로 시장과 기업의 자율성에 있어 정부나 정치인의 개입을 물리칠 수 있는 명분과 정당성을 확대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정치 주도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해버린 셈이다. 특히 소득의 원천이자 청년들이 선망하는 일자리의 창출 능력에 따라 지지 성향이 노골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정치 역시 기업을 지원·지지하는 역할 차원이 더 중요해졌다.


국가 경제에서 국민 경제가 점차 그 비중을 높이는 가운데 국민 전반에서 주택과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 운용을 하게 되면서 정치권과 정부의 통제를 받는 기업이 아닌, 자유로운 활동 속에 기업 가치를 높여가는 모습을 중시하며 이에 장애물이 되는 정치에 대한 반대적 입장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범국민적인 주식 투자로 인해 너도나도 주주가 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자기 동력이 강화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주가 638만여명에 이르러 이들이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면서 삼성 수호자처럼 역할 하는 새로운 세태로 넘어가고 있다.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흔히 당연한 듯 아는 중앙의 정치권력 기반은 나날이 약화되고 있다. 국회의 권능도 행정부 권력의 이전으로 입법부 권력이 일부 강화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막강함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정당은 하도 제 기능을 못한 채 하향세를 겪고 있어 머지않아 정당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조차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회와 정당은 그 고유한 입지와 권한이 존재하며 앞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감과 냉소주의가 심화 하면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참여 기반이 점차 약화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정치 기반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정치인들이 국민의 무관심 속에서 편리한 자기 방식을 고집할 수 있다고 보고 활개 치지만, 결국 정치 대표성의 약화라는 본질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위의 경제 분야에서 벌어지는 상황처럼 현대 사회의 요구를 부응하지 못하는 정치력의 한계로 인해 일대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문제는 정치인의 자질, 즉 전문성의 부족과 시대인식 결여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새로운 역할 집단이 등장하고 그들이 상당한 정치 활동을 대신 해야 할 뿐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것이다.


이러한 마당에 정치가 너무 많은 대표성과 권력을 손에 쥐고 있으면 끊임없는 불신 속에서 헤매고 있을 뿐이다. 사실 최근의 눈앞에 닥친 경제 난국의 해결에서도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미미했다. 대통령과 행정부를 바라봐야 했고, 기업이나 이익집단은 자신들의 이익을 자기 손으로 지켜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제 역할을 못하는 정치를 외면했으며, 정치가 나서서 대동단결을 위한 국민합의를 끌어내 달라고 크게 기대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러다보니 국민들도 정치가 국민을 대표하는 지에 대한 물음에 ‘아니다’라는 당연한 듯한 불신과 더불어 기대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이대로의 무력과 난맥상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정치 전반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 일은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이 일을 하려는 정치인이, 해내는 지도자가 국민과 역사의 박수와 존경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과 이해 관련성이 높은 경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21세기형 한국형 정치를 이끌어내 정치안정과 국가발전의 대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 권력이 정치인의 손에 절대적이거나 압도적으로 좌우될 수는 없다는 시대적 현실을 인정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정치의 일방적 독주나 권력 독식을 지양하면서 그 분산과 다원화를 통해 결함을 메우는 한편, 장기적으로 정치의 대표성과 역할에 있어 본래의 위치를 찾아 기능하는 자기 노력이 뒤따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참여의 시대이다. 일반 국민들도 직접 민주주의 차원에서 여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국가 정책이나 정치에 대해 궁금한 정보라면 인터넷을 통해 다 찾아 볼 수 있으며, 그마저도 힘들어 트위터에 ‘정책 과제에 관한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더니 전국에서 물밀 듯이 답지했다고 하는 시절이다. 인터넷, 휴대폰, 소셜 네트워크(SNS) 등 다양한 정치참여 수단과 방법들이 국민 각각의 손안에 쥐여져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에 경제를 비롯한 국가의 미래를 놓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한다면 누구보다 국민의 책임이 직접적이고 무거운 것이다. 정치가 더 이상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며 다양한 정치 주체가 등장해 역할하는 시절인 셈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입법부에 대한 참여 체제와 수단을 다양화 하고 함께 정책과 법률을 만들어가는 대전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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