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보수계 ‘깽판정치’ 질린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9-22 14: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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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관련된 성 상납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은 공소시효 완료를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공소시효란 어떤 범죄에 대하여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소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 제도로, 수사기관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지 않는 불기소처분의 한 유형이다. 즉,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범죄 사실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설령 범죄를 저질렀어도 수사 및 기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전 대표는 2013년 7~8월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며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줄을 대달라는 청탁과 함께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박 전 대통령의 방문과 관련해 2013년 7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이뤄진 성 접대에 대해서는 이미 7년의 공소시효가 완성돼 '공소권 없음' 판단을 내린 것.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송치 결정은 성 접대 의혹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에 송치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공소시효가 지나서 성 접대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것을 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증거 인멸교사혐의와 무고 등의 고발사건은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증거인멸교사는 성 접대 의혹을 덮기 위해 이 전 대표가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제보자 장 모씨에게 7억원 투자각서를 써주고 성 접대가 없었다는 가짜 사실확인서를 받은 사건을 말한다.


무고 사건은 이 전 대표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 무고죄에 해당한다며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 변호인인 강신업 변호사가 고발한 사건이다.


증거인멸교사와 무고 수사는 경찰이 성 접대 의혹의 사실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성 접대받은 사실이 있었고 의혹을 덮기 위한 각서를 썼다면 죄가 성립할 수 있다. 즉 성 접대 자체는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할 수 없어도 증거인멸죄는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성 접대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일단 법적으로는 이준석 전 대표에게 유리할지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아니다.


당 윤리위가 이준석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리고 추가 징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당연한 결정이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것은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를 계기로 이준석 대표를 옹호하는 새로운보수당계(새보수계) 의원들이 윤리위를 공격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보수계는 유승민 이준석 하태경 오신환 김웅 의원들이 주축이다.


김소연 변호사는 “그동안 새누리당,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미래통합당을 거치면서 이정현 대표, 안철수 대표, 손학규 대표, 황교안 대표에게 프레임 씌우고 깽판치고 분탕질해오더니, 이제는 당권을 쥐고도 저 습성을 어쩌지 못하는군요”라며 이들의 행태를 ‘새보수계 깽판정치’로 규정한 바 있다.


그들 중 한 명인 하태경 의원은 22일 CBS라디오에 출연 "당 윤리위원회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말 깊이 있는 반성을 하고 윤리위원도 다 사퇴하고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윤리위는 지금의 당 혼란의 주범’으로 몰아세웠다.


성 접대를 받고 그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이준석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의혹을 지닌 이준석에 대해 징계를 결정한 윤리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하 의원의 주장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어디 그뿐인가.


유승민 의원이 영입한 김웅 의원은 '배현진·박수영·유상범 의원을 정계에서 은퇴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지금 혼란의 본질은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그에 따른 증거 인멸 교사 혐의다.


당연히 이준석에 대한 따가운 질책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를 징계한 윤리위의 해체를 주장하고, 윤리위에 힘을 실어준 의원들의 정계 은퇴를 주장하고 있으니 ‘깽판정치’라는 김소연 변호사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정말 정계를 은퇴해야 할 사람들은 비위가 있더라도 우리 편이면 무조건 감싼다는 새보수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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