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 ‘과로사·골목상권’ 해법도 찾아야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2-10 14:20:0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국내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과 온라인 주문·배송을 제한하는 ‘새벽 배송 금지’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월 4일 실무회의를 열고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 규정을 개정해 예외 단서를 추가해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법안을 손질하게 되면 ‘대형마트’도 새벽 배송 서비스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마련한 ‘새벽 배송 규제’가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 배만 불렸다고 보고,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의 범위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고 매월 이틀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여야 하는 규제를 두고 있는데, 전자상거래에는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대형마트’도 미국계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처럼 새벽 배송을 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입법 취지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지만 온오프라인 통합 시대를 거스르는 ‘족쇄’가 어느 정도 풀리는 셈이어서 반길 일이다. 특히 지난 13년간 유통산업 성장을 정체시킨 규제 사슬 하나를 푼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규제가 할퀸 상처를 회복하기에는 많은 부족함이 보인다. 그동안 지독한 내수 불황과 시장환경 변화로 오랜 침체를 겪어온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이를 통해 회생 기회를 맞길 기대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한 영업시간 규제는 전통시장과 영세자영업자들을 살려 상생하자는 선의에서 당시 ‘대형마트’의 성장으로 위협받고 있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이후 쿠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유통업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자, ‘대형마트’ 등은 영업시간 제한 탓에 온라인 업체들과 불공정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계속 제기해 왔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눈을 돌렸다는 점이다. 골목상권 보호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쿠팡같이 법 사각지대에 있는 온라인 배송업체들만 반사이익을 챙긴 셈이다. 이러한 빈틈을 노린 쿠팡은 2015년부터 새벽 배송을 본격화해 지난해 매출 41조 원대 공룡으로 급성장했다. 반면에 규제로 역차별받은 토종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속절없이 매출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다 지난해 11월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쿠팡 사태가 터지고 노동법 위반, 입점 업체 갑질 등 쿠팡의 각종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풀어 쿠팡의 독주를 제어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도 쿠팡이 보인 무책임한 태도는 시장을 독점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그간 법을 손봐야 한다는 유통업계 주장에 부정적이던 자세에서 과감히 방향을 튼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 현재의 온라인 중심 유통 질서가 형성되기 전인 1997년 4월 10일 제정되어 그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만큼 변화한 산업 생태계에 맞춰 보완이 필요한지 검토해 볼 수는 있고 법 도입 취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특히 2013년 1월 23일부터 시행된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으로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침해해 왔다. 해당 규제는 골목상권 보호는 물론 주말·심야 노동에 시달려 온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사회적 장치다. 다시 영업시간을 늘리면 야간 노동과 휴식권 침해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를 푸는 경우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 역시 큰 상황이다.

새벽 배송 전면 허용은 그렇지 않아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골목상권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지난 2월 5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골목상권이 ‘온라인 공룡’과 ‘오프라인 공룡’ 양쪽에서 동시 협공을 당해 초토화될 것이 자명하다.”라고 반발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대형마트’ 새벽 배송이 허용되면 동네 곳곳에 있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점포’가 도심형 물류센터로 전환되면서 1~3시간 내 단거리 배송이 본격화되고, 이에 따라 골목상권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 안팎에선 마트 매출 감소 원인을 의무휴업에 덮어씌우고 있지만, 설사(設使) ‘의무 휴무제’가 없었다고 해도 온라인 쇼핑에 밀린 마트의 하락추세 역시 막기 어려웠을 것이란 점을 주지(周知)해야만 한다. 차제(此際)에 ‘대형마트’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골목상권 보호책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균형점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고 궁리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또한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허용은 야간 노동자들을 더욱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심야의 과도한 업무량이 쿠팡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야간 노동에 대한 규제에 나선다고 했고, 택배기사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사회적 대화도 진행 중이다.

아직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벽 배송을 더 확대하는 것은 모순이란 지적이 나올 소지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 따라서 노동권 보호는 더욱 중시해야 한다. 심야·주말 노동의 상한 설정, 인력 충원 없는 노동시간 확대 금지 등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만 한다.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의 심야 시간 새벽 배송 금지 제안은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한 새벽 배송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부가 인력·수당 확충과 새벽 배송 품목 제한 등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할 해법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논의가 결실을 이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 ‘대형마트’들은 매장 영업 종료 후 심야에도 주문을 받고 바로 배송할 수 있게 된다. 심야 영업을 독점해 온 쿠팡 등 이커머스(E-commerce) 기업들과 경쟁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남은 반쪽인 공휴일 의무휴업 강제다. 이 규제 사슬을 함께 끊어내지 않으면 정부와 여당이 기대하는 시장 경쟁의 선순환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특히 365일 배송하는 이들과 대형마트가 제대로 겨루려면 나머지 규제인 의무 휴업일에도 근절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야만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힐 뿐 아니라, 가격 경쟁이 활발해지고 ‘대형마트’들이 고용을 늘릴 여지도 확대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모두의 성장’을 막는 의무휴업 조항까지 과감히 걷어내는 것만이 유통사들의 꺾인 성장 의지를 복원하고 일자리를 키우는 진짜 개혁임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각할 수밖에 없는 새벽 배송 노동자 과로 문제는 소비자 편익과 노동권 모두 충족할 절충점 마련으로 반드시 풀어야만 할 당위 과제임은 분명하다. 보다도 근본적인 문제는 토종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사업다각화 및 온오프라인 서비스 융합을 발목 잡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의 대수술도 검토해야 한다. 기왕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결단이라면 보다 과감한 규제 혁파로 ‘한국판 월마트 탄생’ 같은 유통산업 혁신을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시대착오(時代錯誤)적 규제들인 이른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타다금지법)’과 ‘「약사법」(닥터나우 방지법)’그리고 ‘「공인중개사법(직방 금지법)’ 등과 같은 기술 진보를 외면한 갈라파고스(Galapagos)식 규제의 전형(典型)이라는 시각에서 서둘러 냉철한 손질이 필요하다. 특히 규제 완화 논의는 이해관계가 얽힌 법안을 합리적인 시각에서 다시 들여다볼 계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현실적인 전통시장 대책과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공론화하고, 새벽 배송에 대한 실효적 해법을 찾는 전환점이자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정부와 업계, 정치권은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 납득이 가능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결과를 일궈 내길 기대한다. 의당 그래야만 사회적 합의로 마련한 규제를 허물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