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전용혁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8억원이 넘는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이 23일 시작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피의자 신분 전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특히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부실장과 함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기소되는 과정에서도 이 대표 가족에 대한 계좌를 추적한 바 있다.
여기에 이 대표 자신이 대선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재판도 있어 법조계에서는 연초부터 야당 대표가 법원을 수시로 드나드는 사상 초유의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당이 '이재명 리스크'에 묶인 상황에서 총선을 치르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며 19일 “이재명 대표가 당을 위해 스스로 결단을 내려 달라”고 사퇴를 주문했다.
5선 중진으로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문자 폭탄, 공격을 받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전당대회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은 당대표를, 전당대회 치른 지 얼마 안 됐는데 누가 물러나라고 하겠느냐"면서 "이재명 대표 (자신이) 정말 냉철하게 계산해서 (대표직 사퇴)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지금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뜻밖의 일도 아니고 충분히 예견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당대표 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라면서 "사실은 당대표를 하면 안 됐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 의원은 "당은 '조작 수사다, 기획 수사다, 야당 탄압이다'라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것이 총선까지 이어지는데 정말 당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그 전에 이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당내 불협화음이나 파열음을 최소화시키면서 당이 잘 대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 대표의 결심을 재촉했다.
특히 이 의원은 "사법적 의혹을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법률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지금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이 그를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그렇게 지혜롭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의견에 동조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 당원들도 꽤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김용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23일 오전에 진행한다. 공범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 불법 정치자금을 준 혐의를 받는 남욱 변호사도 이날부터 함께 재판을 받는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지난해 4월에서 8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로 남 변호사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4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중 유 전 본부장이 1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1억4700만원은 미전달 하면서 김 전 부원장이 챙긴 돈은 6억원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김 전 부원장은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반면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거듭 내놓고 있다. 남 변호사는 이 대표 측근들에게 최소 4억원에 달하는 선거자금 명목의 현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특히 자신을 포함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이례적인 규모의 개발 이익이 분배되는 과정에서 성남시 승인이 결정적이었고 이 대표 측근 등 성남시 핵심관계자들이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이에 검찰에서는 이 대표 관련 계좌 추적을 하는 등 강제 수사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가 "탈탈 털어보라"고 자신하는 있지만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개발 이익을 몰아준 덕분에, 성남시 이익이 1822억에 그친 만큼 이 대표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대표비서실 명의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가 시장 재직 당시 성남시에 불리한 수익배분 방식을 승인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에 나선 바 있다.
또 20대 대선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해 허위발언 혐의로 기소된 사건도 점차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수사망이 점점 이 대표를 포위해오는 가운데 야권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 당시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했지만,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는 김 처장이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 동반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출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이 대표는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5~2016년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됐고, 이에 따라 전체 임대 아파트 건립 계획이 분양아파트로 전환됐다는 게 골자다.
이 대표 측은 지난 두번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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