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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철거 중이던 고가차도 상판이 무너져 현장관리소장, 감리단장, 구조기술자 등 공사 관계자 3명이 숨지고 지나가던 주민 등 3명이 다치는 청천벽력(靑天霹靂)의 후진국형 참사가 발생해 경악(驚愕)하게 했다. 서울 서대문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5월 26일 오후 2시 33분쯤 철거 중이던 서소문 고가차도의 상판 일부가 무너지면서 아래쪽 공사 관계자와 차량 등을 덮쳤다. 이 사고로 60대 남성 2명과 50대 남성 1명 등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부상자 3명은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무너진 고가가 아래 철로를 덮치면서 서울역에서 신촌역 사이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소방은 이날 오후 2시 33분 사고 신고를 접수한 뒤 4분 만인 오후 2시 37분에 대원들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소방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사고 접수 17분 만인 오후 2시 4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인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하는 비상 단계다. 현장에는 소방 인력 62명과 현장 지휘 차량 16대, 구급차 5대가 추가로 투입돼 구조작업을 벌였다. 구조작업은 추가 매몰자 발견 없이 오후 4시 40분 종료됐다. 경찰도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현장 통제와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경찰은 257명을 현장에 배치해 사고 지점 인근 도로와 보행로를 전면 통제하고 차량 우회 조치를 했다. 또 붕괴 사고 원인 규명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 등을 수사하기 위해 5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원인 규명은 물론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만 한다.
서소문 고가차도는 중구 중림동과 서소문동을 잇는 길이 570m, 왕복 4차선 고가도로다. 1966년 개통해 60년이 지나며 노후화로 콘크리트 파편이 떨어지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게 되자 지난해 9월부터 철거 공사를 해오고 있다. 오는 7월 공사를 마무리하고 2028년 새 고가차도를 개통할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이날 새벽 철거 작업을 하던 도중 상판(슬래브)이 2.9㎝나 내려앉았다.”라며 “작업을 중단한 뒤 오후 2시부터 안전진단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갑자기 ‘거더(Girder │ 상판을 떠 받치는 보)’가 끊어지며 상판과 ‘비계(Scaffolding │ 작업자가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임시 구조물)’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날벼락 참사로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한 만큼 현장을 조속히 수습하고,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이번 참사는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었다. 지난 5월 26일 새벽 1~2시께 고가차도의 상판(슬래브) 절단 작업 중 일부 구간에 단차(段差)로 보이는 침하 현상을 발견하고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당연히 공사 현장 주변을 통제해 행인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노동자들도 안전한 곳에 대기하도록 하는 조처가 뒤따라야만 했다. 상판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기 시작했다는 물리적 경고였다. 그렇다면 즉각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현장을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그러나 이런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붕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피와 차단, 임시 보강 등의 조처(措處)를 하지 않았다니, 전형적인‘안전불감증’에서 기인한 ‘후진국형 인재(人災)’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날 안전진단에는 숨진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서울시 관계자, 외부 전문가도 참여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사고에선 위험 징후를 감지하고 철거를 중단한 뒤 관계자들이 모여 안전 상태를 확인하던 중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특히 사고 현장은 도심 도로와 철도 운행 구간이 맞물린 공간이다. 고가차도가 붕괴하게 되면 공사장 안의 산업재해에 그치지 않고 차량과 철도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공사를 발주한 서울시 등 관계기관은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만 한다. 하지만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의 말은 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무엇보다 안전진단 수칙을 지켰는지, 현장 통제 등 안전 조치는 충분했는지를 철저히 따져봐야만 한다. 일부 사고 영상을 보면 고가 일부가 붕괴할 당시 아래 주변 도로로 차량이 지나가고 있었다. 자칫하면 더 큰 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인근 상인은 “평소 공사하는 모습을 보면 위험한데 저러다 무너지면 어쩌나 했다”라고 귀띔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장 간부와 감리, 외부 전문가들을 상판 바로 아래로 불러 모아 현장 점검을 강행했다. 무너지기 직전의 콘크리트 더미 밑으로 사람들을 밀어 넣은 셈이다. 이 치명적인 판단 착오가 결국 참혹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시공사는 중견 건설사인 흥화건설이라고 한다. 올해 시공 능력 평가에서 전국 83위에 올랐다. 감리는 수성엔지니어링이 맡았다고 한다. 철거 공사는 고가차도 위에 절단 기계를 놓고 상판을 절단한 뒤 크레인으로 들어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재 공정률은 87.19%다. 고가 양쪽 부분은 이미 철거했고 마지막으로 사고가 난 경의중앙선 선로 위 구간을 철거하고 있었다. 이 구간은 전철과 KTX가 다녀 새벽에만 철거 공사를 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거더가 갑자기 끊어지면서 상판과 비계가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했다. 비계 위에 있던 5명은 약 6m 아래로 추락해 매몰됐다. 출동한 소방대원이 이들을 구조했으나 60대 현장소장 이모씨와 50대 구조기술사 이모씨는 숨졌고 60대 감리단장 안모씨는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사망했다. 나머지 2명은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한 1명은 현장 인근을 지나가던 서울 서대문구 소속 공무원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는 1966년 개통된 노후 구조물로, 정밀 안전진단에서 ‘안전성 미달’에 해당하는 ‘D등급’ 판정을 받아 철거 후 재시공이 결정됐다. 2019년 교각 콘크리트 탈락, 2021년 바닥 판 붕괴, 2024년 보 손상 등 구조물 파손도 반복됐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런 사정을 이유로 철거를 추진해 왔다. 상황이 그렇다면 철거 과정은 더욱더 일반 공사보다 훨씬 치밀한 위험 예측과 엄격한 통제 아래 이뤄졌어야만 했다. 특히 열차가 달리는 철도 요충지 위에서 철거 공사를 하면서, 추락 방호 계획이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열차 통제 시나리오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경의중앙선과 KTX 운행이 전면 중단되며 시민들의 발도 묶였다. 애초 구조적 취약성이 있는 시설인 만큼 철거 과정의 안전관리는 더욱 엄중했어야 했다. 발주 기관인 서울시와 시공사, 감리단이 각자의 책임을 다했는지도 종합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비단 철거 공사 현장이 아니더라도 사용 연수가 오래된 다른 교량이나 시설물도 다시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일회성 점검이 아니라 철거 공사장과 노후 시설물 관리의 ‘매뉴얼(Manual)’에 빈틈은 없는지 시스템 전반의 허점도 함께 파악해야 재발 방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매일 다니는 도로와 시설물이 불안의 대상이 돼선 결단코 안 된다.
오래된 노후 시설물을 방치(放置)하고 방관(傍觀)만 할 수는 없지만 철거 과정에서 또 다른 위험을 만들어서도 더욱 안 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위험 철거 공사의 안전 기준과 현장 감리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후 시설물의 철거는 일반 건설 공사보다 위험성이 크다. 해체 과정에서 구조물의 불안정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심의 노후 시설물 철거와 재시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2021년 6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에서는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졌다. 뼈를 깎는 아픔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어야 했다. 노후 구조물을 해체하는 일은 낡은 시설을 없애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남은 하중과 임시 지지 구조, 작업 순서 하나하나가 생명과 직결되는 고위험 작업임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아울러 침하나 균열 등 위험 징후가 발견됐을 때 작업만 중단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현장 접근 제한과 교통 통제를 포함한 후속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는 체계를 서둘러 갖춰야만 한다. 이번 사태는 책임자 문책으로만 끝나선 결코 안 된다.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작동하는 불감증 행정을 전면 쇄신(刷新)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서울의 또 다른 공사장에서 이 같은 비극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음을 각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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