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지인에게 빌려준 통장이 사기 범죄에 쓰였을 경우 이를 알지 못했던 계좌 주인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 8월1일 투자자 A씨가 계좌 주인 B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정상적인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고등학교 동창에게 2011년부터 자신의 통장을 빌려줬고, 동창은 B씨의 계좌를 해외선물 거래에 썼다.
2020~2021년 A씨로부터 투자금 1억2000만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고 이 과정에서 B씨를 사칭해 반환약정서를 써주기도 했다.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계좌주인인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투자금 1억2000만원을 반환하거나 동창의 사기 범죄를 방조한 책임이 있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6000만원의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B씨)가 동창의 주식 투자 거래가 이뤄지리라는 것을 넘어 투자 사기와 같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과 이 사건 계좌가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말했다.
동창은 잠적 후 현재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수사가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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