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자기정치에 정부조직 활용...방치못할 처사"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가 윤심 배제 논란에 휩싸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진퇴양난 고립무원 처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연일 나 부위원장을 질책하는 당 안팎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이 9일 "친이(친이명박)에 붙었다가 잔박(잔류 친박근혜)에 붙었다가 이젠 또 친윤(친윤석열)에 붙으려고 하는 걸 보니 참 딱하다"며 "내용 없이 이미지만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직격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얕은 지식으로 얄팍한 생각으로 이미지만 내세워 그만큼 누렸으면,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나 부위원장에 날을 세우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자기 역량으로 자기 노력으로 자기 지식으로 국민에 대해 진심을 갖고 정치해야 그 정치 생명이 오래 간다는 걸 깨달아야 하는데, 여기저기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수양버들로 국민을 더 현혹할 수 있겠냐"며 "그냥 조용히 침잠의 시간을 가지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권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지난 6일 나 전 의원이 '출산 시 부채 탕감 검토' 언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자 "좌파 포퓰리즘적 출산 장려 정책"이라며 "한번 튀어보려고 혼자 생각하고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맹 비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나 전 의원이 전날 언론 통화에서 “당 대표가 돼야지 일을 잘하겠더라. 그(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이라면서 당권 출마 의지를 재차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나 전 의원은 장관급 정무직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임명 3개월 만에 박차고 당권도전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장관급 자리와 장관은 다르다”며 “나는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리고 게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전날 페이스북에 저출산 대책으로 제안한 ‘대출 탕감’ 방안에 대해 6일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과 무관하다”며 일축한 것을 두고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정치권이 억측을 바탕으로 근거 없는 곡해를 하는 일은 지양해 달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나 전 의원의 ‘대출 탕감’ 발언이 정부 정책 기조와 상반된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음에도 나 전 의원이 어제 페이스북에 또 글을 올려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며 다시 나섰다.
특히 “국가적 중대사인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런 일련의 언행은 수십조 원이 들어갈지도 모를 국가적 정책에 대해 정부 주요 직책을 맡은 공직자로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고까지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조직을 자기정치에 활용하는 행태에 제동을 건다는 점을 분명히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부위원장 해촉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이 출마 의지를 굳히는 모양새지만 당 안팎의 반발을 딛고 실제 출마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형태의 출마 선언으로 현재의 지지율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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