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학의 힐링카페] - 힐링 부동산(부동산에 웬 힐링?)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3-03 0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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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힐링산업협회 고문 이 제 학


“부동산을 모르면서 세상을 논하지 말라!”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이 바뀌었다!”
지난 대선 후 지인이 나에게 해준 말이다.

힐링을 얘기하는데 웬 부동산? 부동산을 얘기하자니 가슴이 아프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의·식·주(衣食住)는 기본이다. 아마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의식주가 아니라 주식의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사람들의 생각이 온통 부동산에 가 있다. 이 기본이 무너지면 웰빙은 고사하고 힐링을 논할 수가 없다. 영끌하여 집장만 좀 해보았는데 거래절벽 속에 억장이 무너져 잠을 편히 잘 수 없는 이가 많다.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촛불정부 부동산 정책은 '완전한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역대 정부 최고의 집값 폭등과 최다의 풍선 효과를 기록했다. 임기 초반 하늘을 찌르던 지지율을 다 까먹고 마침내 정권까지 바뀌었으니, 그런 혹독한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욕망의 시대 모두가 돈 독이 올라 부동산 개발에 눈들이 다 뒤집어졌다.”고 들 얘기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근본원인은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그마저 전문적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시장은 IQ가 3만’이라고 한다. 시장의 축적된 학습효과는 때로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막대한 돈과 빠른 정보 유통, 구성원 간 ‘정보 되먹임’으로 힘이 세지고 민첩해졌다. 따라서 덩치는 공룡이고 머리는 슈퍼컴퓨터이며 움직임은 광속으로 달리는 매머드급 유기체라고 한다. 신의 영역처럼 전망자체가 어렵게 고차원적으로 지능화된 시장을 잡겠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으니.

더욱이 지금은 ‘호모 모빌리쿠스 시대’다.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정보가 동시에, 그것도 빠르게 전달된다.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이 같이 생각하고 같이 행동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소떼처럼 무리 지어 움직이려는 ‘군집행동(herding behavior)’은 요즘 부동산 시장의 핫 트렌드다. 이러한 트렌드를 모르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투자 또한 성공할 수 없다.

우리가 힐링을 얻기 위해서는 기본이 무너지면 안 된다. 따라서 기본을 지키기 위하여 부동산 관련 몇 가지만 짚어보고자 한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투자를 계속하게 될 터인데 먼저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대상을 살펴보자. 향후 인구 쇼크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분양상가,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시골의 논밭, 도심 콘크리트 키즈인 MZ세대의 취향과 거리가 먼 전원주택, 지구 온난화로 침수 우려가 있는 해안가 부동산 등은 향후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대상들이다.

세상에 ‘복부인은 있어도 복장군은 없다.’는 말이 있다. 주로 부동산은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꼭 결정적인 순간에 남자가 주도권을 쥐면서 사달이 난다. 특히 자신이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일수록 당위에 집착하면서 시장 흐름과 맞서 싸우려고 든다. 그러나 본인의 예상과 달리 시장이 계속 달아오르면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낸다. 어느 순간 ‘자아 고갈’이 나타나고 충동적으로 매수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즉 남성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욱’하면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일쑤다. 반면 여성들은 분석적이라기보다는 직관적이다. 직관은 부분에 대한 분석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직관은 집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 결정적인 순간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투자 타이밍’을 재기보다는 ‘필요’로 판단하면 의사결정이 쉽다. 여성의 재테크 능력은 바로 ‘필요의 힘’과 ‘직관’이 합쳐서 나오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남편은 분석, 아내는 결단과 행동으로 역할을 나눠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시골 주택을 일상생활을 위한 ‘거주 공간’보다 콘도처럼 ‘노는 공간’으로 생각한다. 이 같은 주거 트렌드가 바로 각광받는 ‘멀티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다. 멀티해비테이션은 도시와 시골 양쪽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서로 교차 이동하면서 살아가는 주거방식이다. 이 방식이 뜨면서 전원주택이 남자들의 로망으로 한 때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1가구 2주택에 묶이면서 시들해졌다. 요즘은 그 돈 가지고 동남아에 가서 ’한 달 살기‘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면 국민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힐링을 위한 마음가짐으로 ‘행복은 내가 가진 아파트의 가격이 아니라 삶의 가치에서 나온다.’는 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돈에 대한 욕망은 바닷물을 마시는 것처럼 끝이 없다. 요즘은 ‘은퇴 공포 마케팅’까지 기승을 부려 돈 불리기 갈망이 더욱 커졌다. 그렇지만 큰 병을 앓지 않는 한, 은퇴해도 재산이 줄기보다는 불어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일정 금액이 넘어서면 재산이 늘어난 만큼 그와 비례해서 행복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가령 재산이 20억 원이든, 50억 원이든 실제 내 노후의 삶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자식이 철드는 것은 부모의 재산과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삶이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이는 심리철학적으로 정의하면 남의 불행을 행복으로 생각하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due)’의 일종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과 비슷하지 않으면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질투심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현격한 불균형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사람과의 차이”라고 얘기했다. 사람들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법이다. 유유상종으로 만나는 지인들에게 투자 성공했다고 자랑하지도 말 것이며, 실패했다고 푸념할 필요도 없다. 배 아파 하거나 투자해서 실패할 돈이라도 있구만 하고 냉소적일 확률이 매우 높다.

작가 박완서는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견디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존버정신으로 묵묵히 견디며 ‘빚 줄이기’가 불황기를 대처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다. 아울러 타이밍은 자금을 확보해놓고 나서 꿈꿀 수 있다. 자금도 준비하지 않고 집값이 떨어지기만을 학수고대하며 기우제를 지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찬가지로 시장이 불확실한데 집을 사놓고 오르기를 바라는 것 또한 심리적으로 매우 힘겨운 일이다. 잔파도는 무시하고 헤쳐나아가야 하지만 큰 파도가 일어날 때는 신중함이 미덕이다. 부동산과 힐링의 조화는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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