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띄운 중대선거구제, 여당은 ‘거리 두기’

전용혁 기자 / dra@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05 1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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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급하게 바꾸기보다는 행정개편과 함께”
주호영 ”지역구 사정 달라…의견 모으기 어려워“
이양수 ”내년 선거에서 당장 도입은 쉽지 않아"

[시민일보 = 전용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벽두에 중대선거구제를 띄었으나 현행 제도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여당 의원들마저 ‘거리 두기’에 나서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5일 “어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소선거구제 대안으로서의 중대선거구제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당장 다음 총선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정책 추진을 뒷받침해야 하는 여당이지만, 본인들의 지역구에 따라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며 대통령의 언급에 완전하게 힘을 싣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룰라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 중인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이날 새벽 자신의 SNS를 통해 중대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은 소선거구제에서 출발해서 중대선거구제로 갔다가 1993년경 소선거구제로 다시 돌아온 경우"라면서 "2인에서 5인까지를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면서,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 파벌정치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무력화 입법에 정의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살아 있다"며 "이 선거법을 조건없이 원상태로 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또 정 비대위원장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려면 3단계에서 2단계로 행정구역을 축소하도록 행정구조 개편을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급하게 바꾸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행정구조 개편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전날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일반적으로 중대선거구제가 득표에 따른 의석을 보장하고 양당 정치의 폐단보다는 다당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급적 중대선거구제로 옮겨갈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라면서도 "워낙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의견이 다르기에 의견을 모으는 것이 대단히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정개특위 간사인 이양수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과 특위 위원들이 마음이 급한데 현실적으로 여론 수렴 과정과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이 병행돼야 할 일이기 때문에 다음 달에 어떤 결론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있을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지역별로 유권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산 지역의 민주당 의원은 이게 좀 빨리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을 것이고, 호남 지역과 농촌 지역에 있는 의원님들은 지역 주민이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범실시를 한다고 하더라도 5년 뒤 선거부터 적용한다면 저항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화두로 꺼낸 배경에 대해 "기자가 질문 하시니 평소 가진 소신에 대해 의견을 말한 것이지,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서 한 건 아니고 소선거구제의 폐해가 있으니 개선을 얘기하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기에 국회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는 물론 특위 소속 위원들의 의견마저 엇갈리면서 내년 총선부터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전문가 의견 등을 청취하고 의견을 정리한 후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주 원내대표는 "소선거구제와 중선거구제의 장단점에 대한 전문가 논문, 의견을 더 들은 후 정리하게 했다"며 "정개특위에서 숙성이 되면 의원들에게 제공한 뒤에 의견을 듣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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