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덮친 인플레 복합 위기, 긴장의 끈 옥죄고 공급망 다시 점검해야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7-27 17:23:2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국제 유가(油價)가 두 달 만에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중동 전쟁의 여파다. 고유가 충격과 연쇄적인 공급망 균열에 대한 불안이 재차 불거지고 잦아들던 글로벌(Global) 인플레이션(Inflation │ 物價上昇) 그림자가 또다시 짙어지며 고유가·고환율·고물가 ‘3고(高)’의 ‘복합 위기(Complex crisis)’로 치닫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시장금리가 뛰고 증시도 흔들리고 있다.

세계 공급망을 떠받쳐 온 원유와 곡물 수송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어서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 우려만으로도 국제유가와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는데, 이제 ‘홍해(Red Sea)’와 ‘흑해(Black Sea)’까지 전쟁의 영향권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예멘(Yemen)’의 친(親)이란 ‘후티(Houthi)’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Red Sea)’와 ‘아라비아해(Arabia Sea)’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Bab el-Mandeb Strait)’에 까지 번지는 상황으로 후티 반군 대변인인 ‘야히야 사리(Yahya Saree)’는 지난 7월 20일 ‘눈에는 눈’ 원칙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적들을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흑해(Black Sea)’에서 다시 해상전을 격화하고 있다. ‘홍해(Red Sea)’는 세계 해상무역의 12~15%,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지나는 핵심 항로이고, ‘흑해(Black Sea)’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를 잇는 곡물 수송로다.

에너지와 식량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이런 상황을 남의 일로 볼 수 없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절반을 웃돌고, 곡물 자급률도 낮아 원유 수송로와 곡물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는 경우 한국도 결단코 예외일 수 없이 충격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막히면 글로벌 원유·광물 핵심 교역로에 ‘더블 초크 포인트(Double choke point │ 이중 병목현상)’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종전(終戰)에 합의한 후 다시 전면전 양상의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 세계 경제에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파가 밀려올 수 있다는 의미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흑해(Black Sea)’의 불안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Cape of Good Hope)으로 우회하면서 운임과 전쟁보험료까지 치솟으면 기업의 생산비와 수입 물가는 연쇄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려되는 것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의 ‘3고(高)’가 다시 심해지는 ‘복합 쇼크(Complex shock)’에 직면했다. 유가 상승은 제조업 원가와 물류비를 밀어 올리고, 곡물 가격 불안은 장바구니 물가를 압박한다. 1970년대 ‘오일쇼크(Oil shock │ 석유 파동)’가 석유 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이었다면, 지금은 에너지·식량·물류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위기(Complex crisis)’에 봉착했다. 따라서 대응에 있어도 그만큼 신속하고 정교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선제적인 물가 대응 차원에서 지난주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3년 6개월 만에 통화 긴축 사이클에 들어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1월(3.25→3.50%↑)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 인상이다. 지난 2025년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한 뒤 올해 5월까지 총 8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 동결 기조(基調)를 이어왔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완화(緩和) 기조’에서 돈줄을 죄는 ‘긴축(緊縮) 기조’로 매파적 ‘피벗(Pivot │ 통화정책 기조전환)’이 이루어져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에 접어들었음을 공식화했다.

금리 인상기에 맞물린 국제 유가 급등은 물가와 금융시장, 실물경제 전반에 작지 않은 충격파를 몰고 올 수밖에 없다. 당장 국내 물가는 적색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압력이 시차를 두고 번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3.1%, 6월 3.2%로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6월 3.4%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달에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린 데 이어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Liquidity)’과 자산시장에 매몰된 자금 흐름 역시 물가를 자극하는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이 줄어드는 등 시장 곳곳에서 조정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빚투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2조 9천억 원 가까이 줄며 5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7월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03조 8,765억 4,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새 2조 8,164억 3,500만 원 감소한 수치로, 올해 2월 13일 99조 2,735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탁금은 지난 6월 4일 139조 6,947억 6,200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증시가 조정을 받으며 함께 줄고 있다.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33조 420억 원으로 집계돼, 지난 4월 10일 32조 9,014억 원 이후 가장 낮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용융자 잔고는 26조 286억 원, 코스닥 시장 잔고는 7조 134억 원을 각각 나타냈다. 위탁매매 미수로 강제 처분된 주식은 149억 2,300만 원을 기록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증권사로부터 이틀간 빌려 투자하는 초단기 빚투로, 이틀 내에 갚지 않으면 보유 주식이 강제 매각된다.

더군다나 정부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7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보다 최소 10% 늘어난 ‘800조 원 플러스 알파(a)’ 규모로 편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역대 최대의 확장 재정을 예고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잠재적 뇌관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실물경제다. 반도체 수출이 초호황이라지만 그 온기는 내수시장 전반에 좀처럼 퍼지지 못하고 있다. 고유가와 고금리가 겹치면 소비와 투자는 더욱 위축되고 기업 자금조달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기업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 특수에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전체적인 한국 상장기업들의 기초체력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 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비중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 6월 30일 발표한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 및 한국 상장사의 한계기업 추이를 분석한 ‘주요국 상장사 한계기업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상장사 한계기업 비중은 27.6%로, 조사 대상 중 미국 30.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계 기업은 영업이익 및 영업외손익을 포함한 이익(EBIT)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연속 지속된 기업을 말한다. 기업 자체적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나 채무 상환이 어려운 상태에 놓인 기업인 셈이다. 한국은 한계기업의 비중 자체도 높지만 가파른 ‘증가 속도’로 우려를 낳고 있다. 중동 사태 초기와 비교하면 정부와 시장 모두 경계심이 무뎌진 게 사실이다. 다시 긴장의 끈을 조여야만 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에너지 수급과 물가 안정, 금융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촘촘한 대응책을 짜야 한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중동 원유 의존도가 큰 만큼 홍해 봉쇄가 현실화하면 다른 국가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 상황이 장기화하는 경우 정부가 미국·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종료된 비축유 스와프(SWAP │ 교환) 제도 등 비상조치를 다시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싱크탱크의 분석을 인용해 ‘홍해(Red Sea)’의 ‘바브엘만데브 해협(Bab el-Mandeb Strait)’까지 차단이 되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 전략비축유(SPR) 재고는 1983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7월 15일(현지 시각)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략비축유 재고는 3억 4,030만 배럴로, 1983년 이후 4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이번 주 재고는 직전 주 대비 890만 배럴 줄어 역대 세 번째로 큰 주간 감소 폭을 나타냈다. 중동 전쟁으로 세계 원유 육상 재고량이 사상 최저 수준인데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원유 수송로가 모두 봉쇄되는 데다 흑해까지 봉쇄되는 ‘삼중 악재’까지 터지면 현재 배럴당 90달러 수준인 북해산 ‘브렌트유(Brent Crude Oil)’가 석 달 전 전쟁 초기 수준인 12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부는 당장 목전의 도입 물량과 비축유만으로 안심할 일이 아니다. 단기 수급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교전 장기화와 해상 봉쇄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선제적·공격적으로 대비해야만 한다. 원유·곡물 비축과 대체 수입선(輸入線), 우회 운송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운임 급등에 직격탄을 맞을 기업과 취약계층 지원책도 유연하게 선제적·적극적으로 마련해야만 한다. 우리 힘으로 국제 분쟁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충격을 줄이는 것은 우리의 준비 여하에 달려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뿐 아니라 ‘바브엘만데브 해협(Bab el-Mandeb Strait)’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흑해(Black Sea)’까지 포함한 공급망 위험을 상시 주도면밀(周到綿密)하게 관리해야만 한다. 공급망을 지키는 일은 더 이상 경제 정책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민 생활과 산업 기반을 지키는 국가의 핵심 책무임을 각별 유념(留念)하고 공급망 불안 장기화에 대비하는 정공법(正攻法)으로 석유 등 에너지 수입의 중동 의존 비중을 낮추기 위한 수입처 다변화와 동맹(우방) 국가와의 외교 공조를 통한 자원 안보망 강화에 있음을 명심(銘心)하고 철저한 실행(實行)으로 답해야만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