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전산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1-05-25 16: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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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수도사업소 요금1과 유봉탁 공무원 세계에도 컴퓨터가 들어 온지 기간이 상당히 지났건만 아직도 많은 공무원들이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다. 개인의 노력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직 공직의 업무 형태가 전근대적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전산 마인드를 형성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주전산기 데이터베이스에 정보가 저장돼 있어도 따로 손으로 대장을 작성하여 관리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현재의 공무원 사회다.

일례로 체납사항의 관리에 있어서, 전산상에 이미 체납사항이 입력 저장되어 있어도 그 정보에 대해서 신뢰하지 못하고, 체납관리 대장을 따로 작성한다. 체납분이 수납 된 경우 또 다시 그 대장에 소인(체납수납확인)을 해 주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은 문서작성기(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쉬트(엑셀 등), 데이터베이스(액세스 등) 등 오피스 관련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도 아주 제한적인 사용에 그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잘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잘하지 못한다고 특별히 손해보는 것도 없고, 잘한다고 해서 특별히 인정받거나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며, 내가 못하면 잘하는 아랫사람 시켜서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업무에 필요한 것들을 엑셀의 매크로를 사용,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직원들 한 두 사람의 노력이 많은 직원들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업무시간을 단축하여 주고 있다.

그동안 선배들이 해 왔던 방법대로 업무를 한다면, 하루 종일 걸려야 할 수 있었던 일을 엑셀이나 엑세스를 사용하면 단 몇 십분 내에 해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는 직원이 없지는 않지만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로도 인정해 주지 않는데 뭐하러 시간과 땀을 투자하냐는 것이다.

공무원의 전산화는 현재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업무의 형태는 변화하지 않고 현재의 업무를 그대로 전산으로 대체함으로써 전산화가 업무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업무를 두 배로 늘려주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또 어렵사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봤자 별 인정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일부 직원들의 의지조차 꺾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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