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인 ‘화인 레스피아 수련원’에 도착, 회원들과 함께 여장을 풀기 시작한 5시20분쯤 수련원 뒤편 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것.
서공련 김병진 대표의 지휘에 따라 회원 50여명이 산불진화를 위해 긴급지원을 나갔다.
관광버스를 타고 화재현장 근처까지 간 우리들은 길이 좁아 차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되자 모두 내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연기가 나는 쪽으로 뛰었다.
산불 현장에는 이미 소방관과 소방차가 도착해 있었으나, 인원이 적고 호스가 짧아 난감해 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들은 즉각 2개조로 나눠 1조는 소방관을 도와 호스를 잡아끌며 산불현장으로 향했고, 2조는 일단 화재현장으로 달려가 산불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도록 방어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2조에 속한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참으로 난감했다. 산불은 시시각각 번져 가는데 삽 등 장비가 없어 방어선 구축이 여간 어렵지 않았으며, 자욱한 연기와 불길 속에서 손으로 꺾은 나뭇가지 등으로 산불진화작업을 벌이는 회원들의 안전마저 위태로웠다. 동네 주민들에게 삽이나 곡괭이 등 장비를 빌리려 해도 빌릴 수 없었다. 그들도 마땅히 장비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산불이 진압되었지만, 바람이 거세게 불어 산불이 급속히 진전되었더라면 많은 인원이 투입되고도 수 십 년동안 보살핀 산림이 잿더미가 되는 것은 물론, 회원들 안전마저 위험할 뻔했다.
이번 일을 겪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산불만 났다하면 왜 그렇게 큰 피해가 발생하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장비 및 인원 부족으로 초기에 대처를 못하고 방치하다가 강원도 고성 산불 같은 대재앙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화재엔 초기진화가 제일이다. 초기진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인력 및 장비투입이 필요하다.
관계기관은 산불에 대비, 비상연락체계를 더 확고히 해 즉각적인 인력동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 동원된 인원들이 효과적으로 산불을 진압할 수 있도록 산불진압장비를 각 마을 단위에 추가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을 입구 같은 곳에 ‘산불진화용 장비함’ 같은 것을 만들어 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번에 우리 서공련 회원들과 같이 맨손으로 산불을 끄는 어려운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 아닌가.
우리의 푸른 산이 사소한 부주의와 준비소홀로 훼손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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