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의 직장인인 그는 술이 많이 취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용변이 몹시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었다.
빨리 화장실을 가리켜 주었더니 허겁지겁 화장실로 달려가 급한 용변을 다 보고 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 경찰의 친절한 모습에 무척 감격스러워 했다.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너무 정중하여, 오히려 내가 무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용변을 다 본 후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이 사람은 소변이 아주 급하여 아무 곳에나 볼일을 보려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멀리서 반짝반짝 돌아가는 파출소 앞 캐릭터(포돌이) 불빛을 보고, 죄의식을 느껴 소변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경찰서 화장실을 이용할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는 포돌이 덕분에 화장실을 사용하게 된 것이고, 결국은 법을 위반하지 않고 지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용변이 급했던 당시, 그는 파출소에 가기가 왠지 싫었다고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들어왔지만, 들어와서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경찰들이 술 먹은 사람을 천박하게 대하기는커녕, 의외로 친절하게 대해 주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경찰의 모습에 새삼 놀라워했다.
그렇다. 이 사람은 술을 마셨을 뿐이지, 어떤 죄를 저지른게 아니었다. 참으로 기쁘고 흐뭇한 마음이 아닐 수 없었다.
대개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취한 척 시비를 걸거나 주정을 부린다. 그것이 부족하면 더 거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람은 자기의 행동을 이성으로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민주 시민으로서 양심적인 행동과 자성할 줄 아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법치국가에서 기본적으로 법을 잘 지켜야 되지만,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솔직히 시인하고 법의 조치를 달게 받을 줄 아는 선진시민으로서의 성숙한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비록 사소한 일이었지만 이 사람의 태도는 많은 교훈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2001 한국 방문의 해’와 ‘2002년 한일 월드컵’ 등 국가 대사를 앞 둔 시점에서 잘못된 의식의 변화와 질서확립으로 성숙된 문화시민의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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