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서예가 여초(如初) 김응현(75)씨는 20일 오전 9시 30분 국회도서관에서 열리는 개관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뭉클한 감회를 밝혔다.
김씨가 국회도서관의 최초 직원이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국회에 학생 신분으로 취직한 뒤 ‘국회보(國會報)’의 편집을 맡았으며 도서관 설치에도 직접 관여했다.
“국회에 들어갈 때는 고려대학교 학생이었습니다. 9.28 서울 수복 무렵이었지요. 하지만 시절이 급박해 또다시 피난길에 오르게 되니 그 생활이 형언할 수 없이 힘들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여초는 윤택중 의원과 상의해 국회도서관 설립 법안을 추진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도서관 설치 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후 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도서구입에 나섰다.
그때가 한국전쟁의 포성이 아직 요란하던 1952년 2월 20일. 임시수도 부산의 경남도청에 있던 무덕전에서 단 한 명(김응현)의 직원으로 문을 연 국회도서관은 1956년 서울 태평로 국회별관으로 이전했다가 1988년 2월 지금의 여의도 국회 자리로 옮겨왔다.
“5.16 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에 ‘국회보’ 주간을 그만두고 국회를 떠나기까지 도서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무총장이 박종만, 김용우, 최정우, 김동성씨 등으로 바뀌었고, 정권도 자유당, 민주당, 군사정부로 달라졌어요. 나는 청년기와 장년기를 이곳 도서관에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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