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차봉천 공무원 노조위원장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6-13 16: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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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화 투쟁 강도 높이겠다” “교원노조는 10년 투쟁의 결과이며, 김대중 대통령도 과거에 투쟁을 했지요. 권력자는 스스로 권력을 내놓지 않습니다. 그래서 투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차봉천 위원장은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금명간 공무원노조중앙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투쟁장소를 교도소로 옮겨 조합원의 투쟁의지를 고취시키고 하반기 투쟁을 시작 할 것임을 밝혔다.

이는 차위원장이 현재 수배 상태에서 벌이는 소극적 움직임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자신 의지를 관철해나가겠다는 더 무서운 ‘결의’를 내비치는 말이다. 모든 것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그의 말은 차라리 비장하기까지 했다.

“내가 감방에 있으면 동지들의 투쟁의지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동지들이 목석이 아닌 한 위원장이 감방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데 투쟁의지가 고취되지 않겠습니까.”

공무원노조의 태동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차위원장의 존재는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아직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힘겨운 일정이 첩첩이 남아있는 공무원 노조에서 최고 사령탑인 차위원장의 의연한 모습은 전체 노조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도 남을만큼 거대한 성으로 버티고 있다.

공무원 노조의 합법적 정착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걸고 투쟁하고 있는 차위원장은 수배망을 피해다니는 사람답지 않게 차분함과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오랜 농성기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렬한 눈빛을 보여주는 그를 보니 그의 신념이 얼마나 화석처럼 단단한 것인지 알겠다.

최근 들어 광역단체장후보 30여명을 포함한 429명의 지방선거 후보자가 이들 노조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는 소식 역시 이들의 앞날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들이 당선될 경우 앞으로 공무원 노조가 발휘할 영향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9월쯤 노사정 위원회에서 만든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데 만일 정부가 이를 연기하려 한다면 아마도 엄청난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교원노조는 10년 투쟁의 결과이며, 김대중 대통령도 과거에 투쟁을 했지요. 그런데 왜 우리는 투쟁하지 못합니까.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란 말입니까. 김대중 대통령도 후보시절 3번이나 공무원노조를 허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독려하고 자신이 위원장으로서 어떤 고통과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차위원장은 교원노조 와 김대중 대통령의 투쟁을 예로 들면서 현정권이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과 함께 공무원노조 역시 교원노조와 마찬가지로 노조인정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나 끝까지 투쟁 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차위원장은 국민정서와 무관한 노조출범에 대해 정부가 국민정서를 앞세워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노조 출범에 따라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일부 권력층에서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노조에 대해 결사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무원노조가 합법적인 정착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맞선 자신들의 투쟁은 김대중 대통령이 과거 군사독재에 맞서 투쟁한 것과 같다는 비유를 하기도 했다.

“프랑스 환경미화원 파업 때 프랑스 신문은 ‘국민을 볼모로 하여’ 라는 문구를 쓰지 않고 파업사실만 보도했습니다. 국민도 환경미화원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신문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론에 대해 서운함을 표시한 차위원장은 언론은 국민의 판단을 왜곡시키는 기사에 대해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만간 중앙위원회 결정에 따라 하반기투쟁을 시작할 것입니다. 출두의사가 있지만 위원회의결이 교도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교도소에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조직의 수장이 비상시국에 교도소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결정이 나오면 이 의견에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위원장의 뜻은 아닙니다, 농성을 하더라도 선장이 있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차위원장의 말에서 투쟁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함께 수배중인 자신이 교도소에 들어갈 경우 그의 동지들이 위원장 없이 조직을 잘 이끌어 갈수 있을지에 대한 갈등을 겪고있음을 엿볼수 있었다.

투쟁이 끝나면 한적한 시골에서 클래식을 즐기거나 서예나 난재배 등의 취미활동을 하면서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다는 차위원장의 소망은 의외로 소박했다.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의 작은 바람이 이뤄질 날이 언제가 될지 갈 길이 먼 공무원 노조의 순항을 기도해 본다.
/서정익기자 ik@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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