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들은 그동안 함께 해온 선거운동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맘껏 기쁨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그 당선자들에게 ‘불수진(拂鬚塵)’이라는 고사성어 한 토막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 고사성어의 유래는 이렇다.
중국 송나라 태종 때에 정의파로 알려진 구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구준은 19세 때에 진사에 급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출세길에 접어든 사람으로 매사를 현명하게 판단, 태종에게 충언을 고하기도 했다. 태종은 그를 중용, 재상으로 임명하고 늘 곁에 두었다.
이처럼 구준이 임금의 총애를 받고 승승장구할 때에 정위(丁謂)라는 인물을 기용했다.
정위는 자신을 등용시켜준 구준이 너무 고마운지라 정성을 다해 그를 받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중서성(中書省)에서 회식을 하는 가운데 구준의 수염에 국 찌꺼기가 조금 달라붙게 됐다.
구준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주시하던 정위는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구준의 옆으로 다가가서 그 수염에 달라붙어 있는 찌꺼기를 털어 주었다.
구준은 그 같은 아부가 지나치다 싶어 한마디했다.
“그대는 일국의 중신인데, 그런 사람이 상관의 수염을 털어줄 것까지는 없지 않은가”
그러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정위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갈며 구준을 쳐낼 생각을 품게 됐다. 때를 기다리던 정위는 태종이 위독한 틈을 타, 왕후에게 구준을 모함하고 그를 재상의 자리에서 쫓아내고 말았다. 결국 그 자리를 정위가 차지한 것이다.
지금 당선자들의 주위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들끓을 것이다. 서울시장이든, 경기지사든, 아니면 구청장이나 군수, 혹은 각 지방의원 당선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겠는가.
그러나 당선자들은 깊은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혹시 주위에 정위와 같은 사람이 있지나 않은지 살펴보는 것도 지혜다. 사람을 보는 안목은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게 정말 중요한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부꾼을 심어놓으면 구준처럼 결국 자신도 파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의 분열상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넓고 큰마음으로 상대 후보들은 물론, 그를 지지하던 사람들까지 포용하는 너그러운 자세를 지녀야 한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화합이다. 선거 기간 중에 있던 서운한 마음들은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 또 선거기간 중에 도움을 받았던 것도 함께 잊어야 한다. 선거도움이 행정이나 의정활동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선거에 도움을 주었던 그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되, 행정과 의정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불수진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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