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사기의 ‘범수채택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죄인의 몸에서 임금에게 공을 세워 하루아침에 승상이 된 범수가 채택의 말을 듣고 자신의 자리를 그에게 물려주었다. 세월이 흘러 범수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중상모략을 받자 범수가 그랬던 것처럼 기꺼이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고 초야에 묻혀 평안한 일생을 보냈다.
7월 인사태풍설로 지자체 공무원 조직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 논공행상과 막판 갈라먹기식 행태가 난무하는가하면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살생부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 이런 판국에 현직 단체장이 나서 공무원 조직을 흔들어 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불과 며칠 뒤면 물러나야 할 사람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법적으로야 하자가 없을지 몰라도 이는 예의가 아니다.
후임자의 몫은 남겨 두고 떠나는 것이 예의이고 관행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경기도에서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서기관급 이상 12명에 대해 전격적으로 인사를 실시, 당선자측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기초단체장은 후보 경선 때 도와 준 사람들을 요직으로 자리로 옮겨 주는 등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선심을 베풀었다고 한다. 차라리 범수처럼 성공자퇴(成功者退)의 모습을 보였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인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너도나도 자기 사람에게 선심을 베푸는 인사를 단행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이는 명백한 인사전횡이다. 그런데도 사실상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자체의 모든 인사권이 단체장 한사람에게 속해 있는 현행 제도 아래서는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이다. 따라서 제도적 측면의 개선이 시급하다.
보복인사, 정실인사, 학연-지연 등에 따른 연고인사 등 선거 때마다 전염병처럼 찾아드는 망국적인 인사를 제대로 잡을 수는 없는 것인가.
때마침 부패방지위원회가 민선단체장의 인사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보직을 임명할 경우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힌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의 도입만으로는 단체장의 인사독선을 막는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내부로부터의 감시가 필요하다. 특히 이점에서 공무원노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선 3기 출범과 비슷한 시기에 돛을 올린 공무원노조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공무원노조는 투명한 인사를 시행하도록 하는 유일한 대안이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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