盤根錯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8-06 2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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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뿌리가 많이 내리고 마디가 이리저리 서로 얽혀 있다는 뜻의 ‘반근착절(盤根錯節)’은 당파(黨派)를 제거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고사성어다.

중국 후한 안제(安帝) 때에 북방 이민족들이 양주를 침략해 들어왔다. 이때 대장군인 등즐은 대신들을 불러 모아놓고 재정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양주를 포기하고 변방을 지키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외척 세력을 등에 업고 있는 그의 말을 차마 거역할 수 없는 대신들은 모두 그의 말에 찬성했다. 그러나 우후라는 사람이 서슴치 않고 반대 의견을 이수에게 말했고 이수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등즐의 주장을 꺾어 눌렀다. 등즐은 이 일로 인해 우후를 미워하게 된다.

때마침 이 해에 조가현에 수천명의 도적 떼가 일어나 고을의 수령과 군사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등즐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후를 조가현 수령으로 임명했다. 자기 의견에 반대한 일을 앙갚음하기 위해서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친구들이 그의 불행을 위로하러 모여들었다. 그러나 우후는 크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생각은 쉬운 것을 찾지 않고, 일은 어려운 것을 피하지 않는 것이 신하된 사람의 직분이다. 반근착절을 만나지 않으면 어떻게 잘 드는 연장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이후 조가현에 부임한 우후는 도적떼들을 모두 몰아내고 고을을 평정했다. 그 뒤에도 그는 외척과 환관들을 비롯한 모든 불의와 맞서 싸우는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말은 쉽지만 반근착절의 당파를 제거하는 일이란 것이 그리 간단치 않다. 지금 민주당은 한화갑 대표의 ‘백지 신당론’에 따른 파장이 확산되면서 당내 각 계파들이 자체 모임을 갖고 대책을 숙의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재야출신 및 개혁파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개혁연대’가 준비총회에서 신당론을 집중 논의했다. 장영달 의원등 쇄신연대 소속 의원 12명도 이날 오전 모임을 가졌으며, 당내 최대의원 모임인 중도개혁포럼도 조만간 모임을 갖고 신당 창당 및 재보선 이후 민주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당파적 움직임이 국가의 장래를 위한 활동이라면 마땅히 환영받아야하겠지만 작금의 움직임을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오히려 ‘헤쳐 모여 신당’ 창당 이후 자신들의 입지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일을 단칼에 날려 버릴 수는 없을까.

정치권만 반근착절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민선 3기 취임 1개월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런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민선 3기 단체장들의 업무가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돌출됐던 문제점은 ‘특혜성 인사’로 인한 시비다. 전임 단체장들의 마지막 ‘끌어주기’인사와 신임 단체장들의 자기사람 ‘밀어주기’ 인사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한달간 몸살을 앓았다.

행정자치부와 감사원의 잇따른 지적과 감사,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단체장의 정실인사 시비는 끊이질 않았으며 특히 승진인사를 두고 공무원노조와 격한 대립을 보였다. 이것이 반근착절의 적나라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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