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凡과 非凡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8-12 15: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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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중국 송나라 당시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가 강성해져, 1127년 금나라는 대군을 이끌고 송나라의 도읍인 변경을 공략해 함락시키고 말았다. 이 때에 금군을 만나 제 1선을 지켜낸 장수가 ‘종택’이었다.

종택의 수하에 ‘악비’라는 젊은 장수가 있었다. 그는 비록 농민출신이었지만 힘이 막강하여 능히 300근의 활을 쏘며, 그 용맹은 적들을 떨게 만들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종택은 이 악비를 더 발전시켜주기 위해 어느 날 그를 불렀다.

“자네의 힘과 용맹은 옛적 명장들도 당해내지 못할 만큼 훌륭하다. 하지만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자네는 야전을 즐겨하지만 그래서는 만전의 계략이라고 하기 힘드네. 이걸 보게”하면서 군진(軍陳)을 펴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진도(陳圖)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그 때에 악비는 주저없이 일어나 고개를 똑바로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진을 치고 그 다음에 싸운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러나 운용의 묘는 자기 마음에 있습니다.(運用之妙在一心)”
사실 진술은 방식일 뿐이다. 그 형(型)만 가지고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악비의 말대로 그것을 활용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악비는 진술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진술대로만 싸우지 아니하고, 그를 활용 오히려 진술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었던 것이다. 이것이 고사성어 운용지묘재일심(運用之妙在一心)의 어원이다.

세상 사람들은 악비처럼 뛰어난 장수를 비웃기 일쑤다. 그가 진술을 몰라 야전을 전개한 것으로 오해하는 것처럼 평범을 넘어 비범한 사람들의 행동은 때로는 범인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본부장 김병진)소속 조합원 200여명이 지난 5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조합임원 부당징계 철회’ 결의대회를 갖고 “서울시는 노조 임원에 대한 징계위원회 개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집회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전국공무원노조 김병진(서울강동 지부장) 서울시 본부장과 김창한(서울은평 지부장)부본부장을 ‘공무원품위유지의무 및 집단행위금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서울시가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강행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며 인사(징계)위원회 중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공무원노조 합법화 문제가 현실적으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두 간부의 징계를 위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은 90만 공무원들의 오랜 희망을 짓밟은 처사며,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특히 이번 징계 문제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사례로 법정에 계류 중인 사건을 징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공무원노조는 현실적으로 법외노조라는 한계가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공무원노조가 그것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악비가 전술을 몰라 야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여하간 그들은 뛰고 있다. 법외노조라는 한계를 분명히 알면서도,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공직사회개혁을 위해 이처럼 뛰고 있는 것이다. 누가 감히 그들을 가리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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