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청계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8-17 16: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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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청계천이 복원되면 정말 이 곳에 물고기들도 뛰어놀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서울시민들은 이렇게 묻고 있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을 앞두고 마련한 청계천 투어 첫날인 지난 13일, 100여명의 시민들이 안내자의 설명에 따라 복개현장 내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한 초등학교 학생은 “지하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빨리 복개돼 물고기가 뛰어노는 맑은 시냇가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 대학생은 “악취도 심하고 공기도 너무 탁하다”며 “환경 복원 차원에서라도 하루빨리 청계천이 복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모든 시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곳에 조선시대 광교의 흔적이 어렴풋하게 나타났을 때, 투어에 참선한 시민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누구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슴 한켠이 사뭇 아려왔을 것이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상판을 콘크리트에 묻은 채 아름드리 다리 기둥들이 하수에 검은색으로 침식돼 서 있는 모습들을 준비해온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고 하수관로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에 가만히 손을 담가보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악취가 배어나는 이 곳에 조선시대 유적이 잠들어 있다는 것이 정말 경이롭게 느껴졌으리라.

이제 그곳에 따스한 햇볕이 들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그날, 우리의 문화재가 모습을 드러내고 물고기가 맑은 청계천에서 뛰노는 바로 그 날에 우리는 서울시민임이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물론 이 사업을 진행과정에는 숱한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문제도 그렇고, 청계천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우리 시민들의 생활문제도 그렇다. 예산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로 인해 청계천복원의 꿈을 무위로 돌리거나 유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부 반대론자들보다 더 많은 서울시민들이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소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소금 먹은 소 굴속 우물 들여다보듯 한다’는 말이 있다. 소금을 먹은 소가 너무 목이 마르지만 굴속에 있는 우물이 너무 깊어 마시지 못하고 들여다보기만 하고 있으니 얼마나 애가 탈 노릇인가.

이처럼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어 애가 타는 현상을 ‘소금 먹은 소 굴속 우물 들여다보듯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서울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시내 한복판을 흐르는 맑은 물을 상상해 왔을 것이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인근 냇가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기억을 안고 있는 세대에게는 더욱 절박한 소망일 것이다.

그런데 ‘소금 먹은 소 굴속 우물 들여다보듯’이룰 수 없는 꿈같은 이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온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는 지금도 늘 꿈꾼다. 청계천에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물고기를 잡는 그런 소박한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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