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최근 정치권에 신당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하지만 이 바람은 국민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홀로 어디론가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것이 민주당 통합신당이든, 제3 대선 후보군의 연합 신당이든, 아니면 정몽준 의원의 독자신당이든 모두가 한결 같다.

물론 정치인들이 이처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현상이 비단 이번에만 국한된 일이겠는가 마는 작금의 현상은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우리는 매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멀쩡한 정당에 간판만 바꾸는 이른바 ‘신장개업’을 수도 없이 해온 사실을 목격해 왔다.

때로는 이념이나 정치역정상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정치인들끼리 모여서 새로운 정당을 급조하기도 했다. 사실 이같은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모습이 국민의 정치에 대한 염증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우선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민주당의 통합신당의 모습이 과연 정상적인가. 그렇지 못하다.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후보를 교체하거나 당의 간판을 새롭게 달아야 한다는 민주당 통합신당은 정말 어이없다. 이는 경선에 참여했던 수많은 유권자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최소한 통합신당을 추진하려면 그들 국민경선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제3 대선후보군의 연합신당 창당바람이다.

그들에게 과연 무슨 명분이 있는가.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이제껏 숱하게 보아왔던 대로 여러 정치인들이 두루 모여 만드는 일회용 신당이 되고 말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그들 가운데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낙선한 사람들이 끼어 있다. 그렇다면 국민경선제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려는 시도가 아니겠는가. 이런 점에서 제3 대선 후보군의 연합신당은 국민과 유리된 그들만의 소동에 불과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정몽준 의원 중심 독자신당 바람도 결코 국민의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답답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이 신당바람에 대해서만큼은 일말의 희망을 걸어 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그 풍향이 확실하지 않다. 실제로 정의원에 대해 현재로서는 검증된 그 무엇도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재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까지 독점할 수는 없다는 일반 대중의 여론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그가 무엇 때문에 신당을 창당하려는 것인지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우리가 알기로는 단지 그가 대통령 후보에 나서기 위해서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창당하려는 정당이 보수정당인지, 진보정당인지, 아니면 중도정당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정당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여기에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병풍’과 관련, 이회창 후보 사퇴론이 ‘솔솔’ 풍겨져 나오면서 비주류와 정몽준 의원의 연합 신당설까지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신당에도 대통령 후보가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 이상의 논리는 없다.

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통령 병에 걸린 중환자들이 끼리끼리 모여 만드는 신당개업, 정말 신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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