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아름다운 성곽과 공원, 어느 대도시보다도 훌륭한 문화적 여건, 쉼 없이 뻗어나가는 생명력과 저력을 생각하면 이런 곳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 큰 행운임을 자주 느끼게 된다.
내가 처음 수원을 드나들던 것은 경찰대학을 다닐 때였다. 주말에 외출을 하게되면 세류동의 이모댁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빠듯한 주머니를 털어 남문으로, 팔달산으로, 서울농대로, 수원역으로…. 신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며 수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즐겼었다.
이제 20여년 만에 다시 돌아온 지금 당시의 아련한 추억은 수원에 대한 자랑과 애정을 더 깊게 해 주고 있지만 너무도 변해버린 모습에는 위압감마저 들 지경이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아파트와 상가는 수원의 이미지를 역동적인 발전의 도시로 바꾸어 놓았다. 아는 사람마다 ‘인계동과 영통지역의 유흥가를 어느 경찰서에서 관할하느냐’고 묻고, 수원남부경찰서라고 답하면 ‘사건이 참 많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 말은 맞다. 사건이 참 많은 곳이다. 그런데 그 사건의 대부분이 ‘술’로써 일어난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하루에 112 신고가 160여건 접수되는데, 그 중 100여건이 수원남부경찰서 관할 사건이다. 대부분이 싸운다는 신고이고 싸우는 현장에 가보면 맨 정신인 사람이 거의 없다. 파출소에 와서 난동을 부리고 출동경찰관에 폭력을 행사하고, 자기 집에 불을 지르고, 처자식을 두들겨 패는 사람 중에 맨 정신인 사람은 거의 없다. 장대빗속에서도 하루도 예외 없이 밤새도록 음주운전을 단속하여도 위반자는 끊임없이 나온다.
그들은 기고만장하여 행패를 부리고 신나게 부수고 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술에서 깨고 나면 어떨까 생각 해 보았는가?
기 충천했던 기세는 간 곳 없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비굴하게 빌며, 돈이나 몸으로 때우기 위하여 술 취한 것보다 더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이 문제가 수원지역에만 국한되는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다만 유흥가가 갈수록 번창하고 있고 음주로 인한 문제도 늘고 있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경찰은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라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공익우선의 조직이 술에 절은 소수의 행패 수습에 급급하고 그들로부터 끊임없이 시달리는 존재로 전락한다면 누구의 손해일까?
수원은 아름답고 역동적인 곳이다. 팔달산, 광교산을 올라 가슴을 열고 친구들과 어울려 도시의 정취를 만끽하며 한잔하나다면 더욱 멋진 곳이다.
그러나 기분 좋게 마시고 집으로 갈 수는 없는 것인가? 파출소가 아닌 집으로 말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