謹弔 지방자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9-05 16: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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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지방자치단체의 국정감사 거부 움직임과 관련, 가장 먼저 이 문제를 건드린 언론이 바로 시민일보다.

본보는 지난 2000년 10월 당시 국회의장이던 이만섭 의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공무원직장협의회(공직협)의 ‘국감 거부’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지자체에 지원한 국민의 혈세가 어떻게 쓰였는지 감시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라며 “지자체의 국감 거부는 국정의 기본틀과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요지의 답변을 한 바 있다. 게다가 “지자체 고유업무도 감사 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자 공직협이 국회의장에게 항의서한을 발송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졌고 급기야 의장실은 비공식 답변을 통해 본사에 “고유사무에 대한 감사 여부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전해왔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국정감사 거부 움직임이 올해도 같은 모습으로 재연되고 있다. 공무원직장협의회 대표들은 이번엔 아예 ‘국감 전면 거부’를 결의했다.

특히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 등의 국감이 예정된 서울시의 공직협은 국감 당일 ‘구(區)의원급 국회의원 환영’ ‘근조(謹弔) 지방자치’ 등의 문구를 적은 플래카드와 피켓 꽹과리 북 대형앰프를 동원해 국감장 밖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모임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달 26일 ‘지자체 국정감사 개선 건의문’을 채택해 국회와 행정자치부에 보냈다.

국감은 국가위임사무에 국한돼야 하며 지자체의 고유업무는 국감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회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회와 지자체간의 이런 힘겨루기 양상은 16일 국감이 시작될 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협의 “국회가 지자체 고유업무까지 감사하는 것은 지방의회를 무시하는 것으로 지방자치를 말살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나, 정치권의 “지자체를 포함한 행정부를 감시할 주체는 사실상 국회밖에 없어 지자체에 대한 국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나 모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국회는 시도의 고유업무를 감사할 근거가 없다. 국감법에는 ‘지방의회가 구성돼 자치적으로 감사업무를 시행할 때까지’ 지자체 고유업무를 감사한다고 돼있다. 그런데 지금 광역자치단체는 광역 의회의 감사를 받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 고유업무에 대한 국감은 위법일 수밖에 없다. 정히 국감을 하고자 한다면 국회는 위법을 저지를 것이 아니라 국감법 자체를 바꾸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지방자치를 살리려면 지자체의 고유업무는 지방의회에서 감사하는 것이 마땅하다.

‘謹弔 지방자치’라는 공직협의 시위는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얻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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