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연애만 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9-11 17: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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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즈음 TV 드라마 속에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미디어 오늘’의 모 기자가 쓴 기사에 따르면 과거 조연이나 단역에 머물던 기자 직군이 주연급으로 ‘상승’했는가 하면, 신문사와 방송사가 작품 속 배경으로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디어 오늘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현재 기자 배역을 비중 있는 역할로 다루고 있는 드라마는 MBC가 가장 많다.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와 주말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 수목드라마 ‘네멋대로 해라’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오는 18일부터 방영될 새 수목드라마 ‘리멤버’에도 법조 출입기자가 여주인공으로 나오며 대선을 겨냥한 미니시리즈 ‘삼총사’(가제)의 여주인공도 정치부 기자로 낙점돼 있다고 한다. 또 SBS 월화드라마 ‘야인시대’에도 일제시대 신문기자가 나온다.

드라마 속에 나타난 기자들의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일단 ‘재미있다’고 한다.

연예부 기자가 미용실에서 공짜로 머리를 한다거나 비판기사를 다른 기자의 이름으로 내보내기도 하고, 문화부 기자가 인디밴드 활동을 하는 여자친구를 음반기획사에 소개시켜 주는 등 기자사회의 이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 기자가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반응이다.

실제로 드라마속 기자는 연애하기 바쁘지만 현실에서 기자는 사적인 시간을 제대로 갖기 힘들다. 사적인 시간을 많이 갖는 기자라면 사이비 기자이거나 무능한 기자임에 분명하다. 또 드라마속 기자는 항상 칼처럼 퇴근하지만 현실 속에서 기자는 제대로된 퇴근 시간이란 것이 없다. 퇴근 후에도 항상 취재원을 만나거나 정보를 찾기 위한 별도의 작업을 해야하는 것이 기자다.

드라마 속의 기자는 고급 의상실이나 레스토랑을 자주 찾지만 현실 속에서 기자는 포장마차 집이나 소주집을 주로 찾는다. 삼겹살이 곁들여지는 집이면 거의 최고급(?) 수준이다.

드라마 속의 기자는 편의대로 기사를 작성하거나 기자 권위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지만 이런 일은 극히 일 부분일 뿐이지 일상적인 모습이 결코 아니다.

드라마 속의 기자는 대체로 한가하게 여유를 즐기지만 현실 속에서 대부분의 일선 기자는 노동강도가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일에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전체 직업군 가운데서 가장 단명하는 직업이 기자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스스로를 ‘노가다꾼’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기자는 ‘기자’라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한다. 우리 시민일보도 기사작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 기자들로 꽉 들어차 있다. 그 속에 끼어 있는 나는 그래서 더욱 큰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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