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조원이 넘는 재산피해와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태풍은 지난 1959년 태풍 ‘사라’ 이후 사상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강풍과 함께 국지성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는 집터와 농경지는 간데 없고 바위와 자갈이 그득한 돌밭이 되고 말았으니 수재민의 무너지는 가슴을 무슨 수로 헤아릴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 수마가 할퀴고 간 국토에 연일 복구를 위한 민·관·군의 굵은 땀방울이 쏟아지고 있어 수해지역 주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군 장병들이 휴일인 지난 일요일에도 수해지역에 투입되어 쓰러진 벼를 세우거나 수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부모 형제가 사는 고향집도 수마의 상처가 극심한 장병도 수없이 많을 텐데 다른 사람의 수해복구에 나선 장병의 심사가 오죽하련만 웃는 모습으로 씩씩하게 팔을 걷어붙이며 복구에 임하는 우리 젊은이가 정말로 대견스럽다.
또 자기 생업을 잠시 접어두고 자원봉사를 하러 전국 각지에서 몰려오는 인파들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살만한 곳임을 새삼 느꼈다.
지금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벼 한 톨, 가재도구 하나라도 더 건져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수재민의 노력에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야한다.
지금 각 언론사에서는 수해의연금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수억원 씩 쾌척하는 기업가도 있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돼지저금통을 들고 온 어린이도 있으며 급여에서 일정액을 떼어내 여기에 동참하는 직장인도 있다. 또 수해지역주민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휴대용 가스 렌지, 라면, 담요, 김치 등을 보내는 시민, 단체가 줄을 잇고 있다.
모두 수해지역주민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지원이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이들에게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거처가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벌써 밤이면 쌀쌀한 냉기로 잠을 이루기 힘들다는 보도를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다.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이제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이 눈앞에 다가왔다. 조상에게 차례 상이라도 올리기 위해서는 마땅한 거처가 필요할 텐데 정말 걱정이다.
거처는 단순히 비바람을 막고 잠을 자는 공간은 아니다. 그 공간은 노부부에게는 평생의 삶의 흔적이 묻어 있는 영원한 안식처이며 거기 사는 사람의 정서의 뿌리이다. 또 어린이에게는 꿈과 희망이 어려있는 요람이기도 하다. 이런 곳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수재민의 정서적 공황상태를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수재민의 거처 마련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체, 민간단체, 국민들의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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