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0-04 17: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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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마녀사냥 (WITCH-HUNT)은 15세기부터 18세기 초까지 서양에서 일어난 마녀재판에서 유래한 말이다.

십자군 전쟁 실패 후 사회 불안과 종교적 위기가 계속되자 권력층과 교회는 주민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마녀 또는 악마의 사도로 몰아 대대적인 재판을 벌였다.

그래서 마녀 사냥이란 용어는 ‘권력자들이 도덕적 공황 상태를 이용,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죄를 뒤집어씌우는 행위’를 의미하게 됐다.

고대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때부터 내려온 마녀사냥은 신의 선택에 의한 구원을 바라는 선민사상과 정치와 종교가 일치된 신권정치를 강조한 초기 미국 청교도들에게까지 이어진다.

그 시대는 개인의 행동을 규제하는 법률도 대단히 엄격했다. 조금이라도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음란한 노래를 부르거나, 술주정을 하거나 하면 즉시 감혹행이었다.

심지어 교회근처에서 ‘우스꽝스러운 말을 지껄였다’ 는 이유만으로 대중 앞에 끌려나가 창피를 당하기도 했다.

물론 간통은 그 자리에서 사형이었다. 이렇게 엄격하게 법률이 적용되던 시절, 메사추세츠와 세일럼에서 마녀사냥이 행해진 것이다. 마녀 소탕은 본래 영국의 고대왕국인 이스트앵그리아나 스코틀랜드에서 가끔 있었던 것으로 당시 마녀로 지목된 희생자는 교수형이나 화형에 처해졌다.

그 최초의 예로는 1647년 3월 하트포드에서 한 사나이가 마술사의 누명을 쓰고 사형에 처해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 마녀사냥은 집단적 광기의 표본이다. 그런데 이런 마녀사냥이 새 밀레니엄시대라는 2002년에 벌어지고 있다면 어떨까.

한나라당 중랑을지구당(위원장 강동호)은 지난달 28일 지역숙원사업 예산삭감과 관련, 이모 시의원을 중앙당에 징계 요청키로 했다고 한다.

실제 지구당은 이날 운영위원회를 긴급 소집, “이 의원이 같은 당 소속 구청장과의 갈등 때문에 ‘북부노인전문병원’ 우회도로건설 예산 40억원을 서울시 추경예산안 계수조정 과정에서 전액 삭감시켜버렸다”며 중앙당 당무위에 징계회부키로 결의했다.

당시 이 의원이 “예산 삭감은 주민 반대 의견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주민의견을 검토 한 후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본예산안에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신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지만 ‘우이독경’일 뿐이었다.

결국 지구당은 42명의 운영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 의원의 징계회부안을 박수로 가결시켜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마치 집단광기를 보였던 마냐사냥식 재판과 무엇이 다른가. 사실 예산심의는 시의원의 고유권한이다.

시의원이 소신껏 의정활동을 전개했다면 지구당은 그것을 빌미로 징계를 해서는 안된다. 시의원들이 지구당 눈치를 보면서 어떻게 의정활동을 바르게 전개 할 수 있겠는가. 서울시의회가 ‘시의원 길들이기’작업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발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아무래도 이번 징계회부방침은 구청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빚어진 ‘마녀사냥’식 재판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gohs@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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