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0-09 17: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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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원들을 밤중에 모두 체포하겠습니다”

아니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다니. 그것도 오밤중에? 이는 코미디가 아니다. 실제로 한 대통령 후보가 대선출마선언을 하면서 내건 공약 가운데 하나다.

그는 이밖에도 기막힌 공약들을 무수히 쏟아냈다. 9사단 사령부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여 경비를 절감하겠다고 한다. 또 청와대를 부정부패전시장으로 사용하겠다는 기상천외한 공약도 내걸었다. 월남 참전용사에게는 매월 30만원 지급, 65세 이상 노인들과 버스·택시운전기사에게는 매월 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1세대당 5000만원 무담보 무보증 무이자 20년 장기융자 실시, 카드현금서비스 이자면제조치, IT 사업에 매년 50조원 투자, 아시아 연방 통일 후 서울을 수도로 지정하겠다는 등등…

그가 40여분간 뱉어낸 공약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는 분명히 미친 사람이거나 아니면 구세주일 것이다. 사실 그에게는 이번이 첫 번째 출마는 아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도 그는 당당히(?) 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바 있다. 이쯤되면 독자들 가운데 그가 누군지 벌써 감을 잡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가 바로 이 난세를 구할 예정된 지도자(?)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다. 그는 지난 5일 임진각에서 수많은(?)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이렇게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출마선언식에는 의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과 녹음된 육성이 흘러나온다. 출마선언식은 허총재의 웅장한(?) 웅변과 박 전대통령에 대한 찬양 일색이다.

민주 공화당이라는 이름도 아마 박 전 대통령을 생각해서 공화당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양아들이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확인된 것은 아니고 그의 주장에 의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는 또 삼성 그룹의 고(故) 이병철 회장의 양아들로 있었다. 이 것 역시 정확한 진실은 모르겠고 어디까지나 그의 주장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의 연설은 계속 이어진다.

“우리는 이제 또다시 지도자를 잘못 선출해서 눈물을 흘리는 어리석은 국민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오늘 이 임진각에서 저 북녁의 통일의 그 날의 함성을 울립시다. 허경영이와 함께 통일의 시대를 열어갑시다. 허경영과 함께 남북통일, 통일한국을 만들어냅시다”

정말 심금을 울리는 명 연설이다. 이쯤 되면 그는 통일을 염원하는 진실한 애국자 아닌가.

허 총재만 애국자인가. 아니다. 지금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사람들 모두가 애국자들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나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물론이고 정몽준 후보와 이한동 후보 등의 공약을 듣고 있노라면 모두가 애국자고 구세주다. 이 땅에 구세주가 이렇게도 많은데 왜 우리 서민들은 이토록 사는게 힘들기만 한건가.

우리가 찬양을 하지 않아서일까. 그렇다면 우리 모두 찬양합시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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