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람의 경우 교체를 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새것으로 교체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삶의 연장선상에서 적절한 충전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축적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이지만 그나마 시기를 놓쳐 충전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사람에 있어 충전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활력을 되찾거나 실력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
몇 년 전에 갑자기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고혈압에 신장기능도 좋지 않고 역류성 식도염까지 겹쳤다는 진단에 이어 의사선생님은 면역체계가 거의 떨어져 저항력이 상실됐다며 돌연사 가능성을 지적했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방치했냐는 집사람의 호된 나무람에 이어 심지어는 빨리 헤어지고 싶어 그러냐고까지 질책을 던지고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휴가를 내라 안되면 사표를 쓰라는 의사보다 더 강력한 진단을 내리고 푹 쉬면서 충전의 시간을 가져 보라는 반강제적인 처방을 제안했다.
말이 좋지 생활인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안 받으며 푹 쉴수가 있을까? 지어주는 약이나 먹는 것이 일상의 현실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리 어려워도 충전은 꼭 해야한다. 왜냐하면 에너지가 고갈된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 하나가 아닌 우리가 무너질 수 있는 더 큰 위험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한 결과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핑계일 뿐이라는 진리를 깨달았고 그간 남들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집 근처 학교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했고 이렇게 한달이 지나자 이 운동장과 아주 친해져 10바퀴를 돌아도 별 어려움이 없게 됐다. 1년이 지난 지금 매일 아침 10㎞를 돌고 출근할 정도로 육체적인 충전이 이루어져 활력을 되찾았다. 육신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가벼워진 마음에 대한 충전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독서라는 쉽지 않은 충전기를 택했다. 아침에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법을 택한 결과 한달에 네다섯권은 거뜬히 독파하고 있다.
결국 제 자신의 몸과 마음이 충전되기 시작하니까 주변 역시 활력을 되찾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선 집사람이 같이 달리기를 시작했고 책읽기를 시작했다. 더불어 주위의 동료들이 함께 달렸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은 분명 아닐게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다 다른 부서로 옮긴 어떤 직원은 함께 근무할 당시에는 산행을 그리도 버거워 하더니 그 부서 산행에서 일등을 했다며 고맙다는 전화까지 할 정도다.
이제 날씨가 제법 써늘해 졌다. 움추리지 말고 우리 함께 충전기를 꽂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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