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본점 창구에서 근무하는 한 조흥은행 직원의 한숨섞인 한 마디다.
조흥은행은 일제강점기인 1987년 외세에 대응해 국내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며 금융의 자주성을 지켜 내기 위해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법인 민족은행이다. 또 일제의 자본수탈 정책에 맞선 국채보상운동 등 민족과 운명을 함께 해온 대한민국 경제발전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은행으로 낙인찍히면서 대주주인 정부의 매각작업에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와 금융구조조정을 내세우며 조흥은행 매각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재정경제부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4일 조흥은행 매각에 관련 “지난달 초 조흥은행 입찰요청서를 발송해 조흥은행 인수를 희망하는 4개 기관에 실사기회를 부여했으며 이달 중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상정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정부의 조흥은행 매각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당초 조흥은행 지분의 10∼20%만 우선 처분하기로 했다가 증시가 침체된 현 시점에서 갑자기 대량 매각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미 조흥은행이 저평가 됐기 때문에 아무리 높은 가격을 받으려 해도 5000원선에 불과해 정상적인 경제상황에 비해 최고 3000원 가량의 많은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며 “이 정도 가격이면 최고 1조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금까지 주요 은행 매각과 관련해 자주 바뀌는 자세를 보여온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제일은행을 뉴브리지 캐피탈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을 외국 자본에 매각했다는 상징성이 있었지만 단돈 5000억원의 헐값에 매각했던 것도 정부의 졸속행정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서울은행도 당초 하나은행으로 합병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일을 넘김으로 인해 현재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정부는 금융산업의 산 증인인 조흥은행을 현재 매각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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