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역당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1-06 17: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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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경기, 충청, 강원도 등 중부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중부권 신당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아마도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의원의 이해관계가 중부권 신당 창당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김 총재와 이 의원의 최근 발언에서 중부권 신당의 가능성이 읽혀진다. 김 총재는 “단 한사람이 남더라도 당을 지켜 내후년 총선에서 재기하겠다”고 말했으며 이 의원은 그런 김 총재를 “정치 지도자로 깍듯이 모셔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이들이 중부권 신당을 추구하는 밑바탕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이번 대선보다는 내후년 총선과 2007년 대선을 겨냥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 자민련 김학원 총무는 민주당 이인제 의원 등과 연대한 `중부권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대선도 중요하지만 대선 이후 이념과 정책을 같이 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자민련에서 지역구 의원들이 상당수 한나라당으로 탈당, 전국구 등 6∼7명의 의원만 남더라도 이 의원 계보 및 이한동 전 총리와 합치면 충분히 중부권 장악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중부권을 장악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른바 ‘3김 정치시대’는 영남당, 호남당, 충청당 등 지역당을 탄생시키는 최악의 정치시대였다. 그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 지역감정의 골이 가뜩이나 깊어진 마당에 또 다른 지역당의 탄생이라니 정말 어이없다.

도대체 무슨 명분을 내세우며 중부권신당을 창당하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모르긴 몰라도 중부권 신당에서는 이 의원이 당 대표, 김 총재가 당의 상왕(上王)으로서 역할분담을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대선을 노리고 탄생하는 정당이 아니라 2년 후 있을 총선을 겨냥하고 탄생하는 정당이라면 ‘자리욕심’ 이상의 창당명분은 없다는 뜻이 아닌가.

단언하건대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으로는 결코 국민적 명분을 얻을 수 없다. 중부권 신당은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지역정당 논의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사실 말이 좋아 중부권신당이지 이를 입에 올리는 정치인들의 면면을 보면 한마디로 ‘대선 낙오자’들 아닌가. 이들의 패배의식에서 비롯된 지역당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3김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린 지금이야말로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도모할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또 하나의 지역당이 탄생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역주민의 순수한 향토애(鄕土愛)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얄팍한 수단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중부권 신당을 입에 올리는 정치인들은 이런 예상되는 문제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정치지도자들의 자리 욕심은 영·호남 주민들간 지역 갈등을 유발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뼈아픈 과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대들은 그 무서운 범죄의 공범자가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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