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행각’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1-18 21:46:5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고하승 편집국장 자민련 중진인 이양희 의원과 이재선 의원의 15일 한나라당 입당으로 ‘철새 정치인’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사실 이들은 그동안 누구보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신임과 사랑을 받아온 인물이다.

우선 이 의원은 자민련 몫으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을 맡고 있다. 게다가 자민련 제1사무부총장, 대변인,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이재선 의원도 자민련 몫의 윤리특위원장을 맡아왔다.

또 자민련의 심장지인 대전시지부장 이외에 월드컵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자민련은 지금 충격과 배신감으로 말을 잃고 있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들의 자당 입당을 두고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오겠는가.

두 의원은 공동성명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의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면서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자민련을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성명에서 ‘백의종군’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도 ‘정치적 단맛’만 좇는 변절의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의 권익과 국리민복의 사명감에 따랐을 뿐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멋들어진 ‘구호’를 무색하게 만든 것은 바로 당사자인 자신들이다. 이들은 사실상 김종필 총재로부터 받은 국회 상임위와 특위 위원장직을 고수하겠다며 ‘속내’를 보이고 말았다.

한나라당으로 향하는 입당행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철새’보다는 오히려 철새 행각을 부추기는 한나라당쪽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의원 영입이 이회창 대세론을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고, 특히 당 조직이 취약한 충청권 득표력 강화에 도움이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당의 정체성과 이 후보의 정치개혁 의지를 손상시키는 역효과는 왜 생각하지 못하는가.

민주당과 자민련 이탈의원들의 입당이 계속될 경우 한나라당은 원내 의석이 150석을 넘는 거대정당이 되고, 이에 따라 '철새 도래지'라는 여론의 비판도 비등해질 것은 뻔하지 않겠는가.

이 후보는 "정권교체와 국가혁신이라는 목표와 이념에 동조하면 손을 잡고 갈 것"이라면서 의원영입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에 입당한 이양희 의원과 이재선 의원은 자민련 시절 한나라당을 '국정 장애물'이라고 비난했던 인사들이다. 목표와 이념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입한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은 정말 두 의원의 지적처럼 '국정장애물'이란 말인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들 두 의원은 자신의 이념과 노선, 철학을 먼저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지역 원외위원장 가운데는 신선한 인물들이 많다. 한나라당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이른바 386세대들을 과감하게 영입,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관록있는 구정치세력과 싸워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역량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기대를 모으며 선전했던 인물들이 이번에 정녕 버림받아야 하는 것인가. 그 점이 너무나 안타깝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