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2-01 17: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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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ILINK:1} 사람으로서 지켜져야 할 인권보장을 위해 소리를 질렀다고 형사처벌을 받고, 사람을 죽여도 무죄평결을 받는 나라가 있다.

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사고를 저지른 미군병사가 무죄평결 후 미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자세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이 일고 있다.

미군이 ‘국제적 관례’라는 명분을 앞세워 미군 궤도차량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과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을 무죄평결 하고, 같은 시간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주한미대사관을 진입한 혐의로 붙잡힌 대학생들은 모두 유죄 평결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잇따라 시위를 벌인 민간단체 및 대학생들은 모두 형사처벌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위 대학생들에 대한 유죄평결을 놓고 법원이 국내 정서를 고려, 비교적 관대한 처분을 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시민단체들은 한·미간 왜곡된 주한미군지위협정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받고자 모인 사람들에게는 법의 잣대가 엄격하지만 어린 중학생을 압사해버린 사람들에게는 실수가 인정됐고 아무 죄 값도 치르지 않은 채 이 곳을 떠나는 현실을 우리는 그 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으로 SOFA 규정의 재개정과 관련해 정부의 노력 등 성의표시는 커녕 지난 26일에는 심상명 법무장관의 “미군에 관한 재판권이 미국에 있는 것은 국제적인 관례다” “반미감정이 우려스럽다”는 등 강건너 불구경하 듯 소극적인 어조가 담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 역시 여중생들의 한(恨)을 풀어주자고 나선 대학생 시위대에 대해 민주적이지 못한 행동은 자제해야한다는 말뿐이다.

현재 여러 도시에서 우리 시민들과 섞여 주둔하고 있는 3만명이 넘는 무장 주한 미군병사들에 의한 갖가지 사고와 범죄들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는 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일 뿐이다. 이번 사건으로 불공정한 SOFA 규정을 재개정하고, 미군에 대해 늘 저자세이던 정부도 미군뿐 아니라 미국의 공식적인 사과 요구와 해당 미군처벌,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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