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논쟁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2-12 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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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내세운 공약 가운데 가장 히트작(?)을 꼽으라면 단연 수도 이전이다.

민주당이 내세운 수도 충청권 이전문제가 핫 이슈로 등장하면서 지금 곳곳에서 논란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10일 TV합동토론회에 이어 11일에도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에 대해 “너무나 조잡하고 소홀한 무지개 공약”이라고 비판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 후보의 말은 한마디로 이렇다. 관련기업과 산업까지 이전하는데 수도권의 공동화 현상은 뻔한 일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말을 듣다 보면 당연히 화가날 수밖에 없다. 수도권 공동화가 초래된다면 집값이 폭락할 것이고, 우리 자녀들 진학할 대학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것은 지역 이기주의를 부채질하는 논리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렇게 반박하고 있다.

이낙연 대변인은 이 후보의 서울 집값 `폭락’ 주장에 대해 “워싱턴 때문에 뉴욕의 집 값이 떨어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행정기능을 옮겨 다이어트를 하면 서울은 더욱 건강하고 쾌적해져 집값은 오히려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소위 ‘서울 다이어트론’을 내세워 비만한 서울을 다이어트 해 날씬하고 효율적인 도시로 바꾸면 몸값이 더 올라간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도 지역 이기주의가 담겨 있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세상에 집값이 떨어지는 것과 수도 이전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이는 다분히 표를 의식한 논쟁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국민은 수도 이전이 국가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단지 집값이 오르거나 내리는 문제는 여기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서울시 정두언 정무부시장은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면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폭락이 우려되고, 부동산값 폭락은 곧바로 융자금 상환불능, 가계파산의 위기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논리가 조금 궁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행정수도 이전은 남북한 통일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동시에 전개했다는 점이다.

그렇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은 통일 이후 수도로 어디가 좋은지, 수도를 이전하면 국가에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인지 그런 점들이다.

따라서 수도권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어이없는 집값 논쟁은 이제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유권자 수준을 어떻게 보고하는 수작들인가. 수도 이전 문제에 꼴값도 아니고 집값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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