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경찰 사상 전국 최초로 윤락녀 인권보호관으로 탄생한 강동경찰서 고정남 경사(42·사진)는 윤락가인 천호동 텍사스촌에서는 일명 ‘언니’ 또는 ‘이모’로 불린다.
지난해 말 대대적인 윤락가 토벌 과정에서 경찰서가 윤락녀들의 인권을 유린했다는 언론보도 뒤에 맡은 직책이라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가서 일일이 만남을 갖는 노력 끝에 지금은 서로 언니, 동생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경찰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말을 믿지 못하고 경계를 하다보니 다가서기 힘들었다”는 고 경사는 “나부터 이들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인간적으로 대하다보니 요즘은 개인적인 고민, 가정문제, 앞으로의 진로 등 어떤 문제든 상담하는 막역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윤락을 장려하는 일이 아닌 단속을 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고 경사는 상담 속에 수시로 업주로부터 불법감금이나 착취, 인신매매, 폭행 등을 당하는 지를 파악하고 업주나 성 관계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채무는 갚을 의무가 없다는 내용을 숙지 시킨다고 한다.
고 경사는 “대부분 여성들이 가정이 어렵거나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있는 경우라 마음이 아프다”면서 “저축을 해서 꽃집이나 수예점 등 작은 창업이라도 하도록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고 경사의 지극한 관심 때문일까, 지난 9월에는 한 여성이 밤낮으로 윤락을 강요한 업주를 용감히 고발해 업주는 구속되고 그 여성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된 일도 있었다. 또 다른 지역 윤락가로 옮긴 여성들의 입 소문을 통해 타 윤락가에서 상담을 해오는 경우도 생겼다.
고 경사는 “이들 윤락여성들도 결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여성들인데 고립되고 소외된 지역에 있다보니 외로움이 많다”면서 “시민들이 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자신의 딸, 조카, 친구처럼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따뜻한 관심을 부탁했다.
/최애선기자 sun@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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