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公器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2-19 23: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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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언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가장 교과서적인 대답을 꼽으라면 당연히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언론 종사자들은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의 기능과 책무에 대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겸허히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일부 언론의 경우 이번 대선보도에서 중립성과 객관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여론조사들은 그냥 일과성 지적으로 흘려보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이 이처럼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색깔론, 폭로전, 지역감정을 부추긴 보도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실제로 주한미군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한 국민적 항의를 일부 언론이 성급하게 ‘반미’로 규정하면서 또 다른 색깔론을 시도하기도 했다.

어느 후배 기자는 이를 두고 “반미라는 말에 섞여있는 ‘빨간색’을 보수언론이 은근히 자극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이 색깔론 보다 심각한 것은 언론이 곳곳에서 폭로전을 부추기는 보도행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치권의 네거티브적 선거운동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시비를 가려야 할 언론이 대변인의 말을 인용, 중계보도에 그치거나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대서특필해 구태의연한 폭로전을 부추겨 온 것이 사실이다. 중계식 보도양태는 TV합동토론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경숙 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는 근거 없는 정치권의 폭로전을 검증 없이 보도하거나 오히려 확대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고 언론을 나무라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언론이 앞장서서 지역감정을 부추긴 사례는 무수히 많다. 사실 호남, 영남, 충청 등으로 나눠 판세점검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각 언론은 지역을 나누면서 판세를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보도관행은 결국 지역정서를 집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정지역과 권역별 단위로 이뤄지는 판세점검 보도는 지역감정을 자극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사실 ‘3김’ 이후 이런 현상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도는 ××당’식으로 고착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언론이 여기에 안주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역감정의 고착화된 현상을 즐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다보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나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목소리를 합쳐 ‘지역대립은 안 된다’고 말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역시 지역감정선거의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언론은 색깔론을 펴거나 폭로전을 일삼는 정당이나 후보, 특히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당과 후보에 대해서는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보다 앞서 색깔론을 조장하거나 폭로전을 대서특필한 언론은 이번 기회에 겸허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부추긴 언론은 더더욱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이즈음에 우리는 팩트는 객관적으로 보도하되, 입장은 당당하게 밝히는 정당한 언론, 그래서 ‘사회적 공기(公器)’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언론이 있는가 되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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