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시장 때리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2-29 16: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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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서울시의회 임동규 한나라당 대표의원이 지난 23일 서울시의 사전 교감없는 예산집행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히는 등 시정 운영에 제동을 걸고 나선 데 이어 24일 시정질문에서도 여-야당 소속 의원들의 시정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는 소식이다.

시의회 민연식 민주당 대표의원은 이날 대표연설에서 “이명박시장 취임이후 주요 사업을 보면 `시행착오’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며 “행정기구 개편도 민간기업에나 있을 법한 참모기능은 늘리고 필요성이 강조되는 부서는 축소-하향조치함으로써 개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23일 서울시의회 임동규 한나라당 대표의원은 여론수렴 등 사전 교감이 없는 서울시의 예산집행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히는 등 시정 운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임 대표의원은 이날 임시회 대표연설을 통해 “이명박 시장은 그동안 여러 정책들을 우선 발표하고 보자는 식으로, 주민 의견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심지어 시의회의 의견조차 사전에 수렴하지 않았다”며 “시의회는 사전에 교감되지 않은 한푼의 세금도 방만하게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어디 그뿐인가. 시의 여성정책관 폐지 계획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반대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민 의원은 “여성정책의 환경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여성정책 업무의 증가추세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한나라당 최재익 의원도 5분 발언에서 “여성부 신설 등 여성정책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추세를 역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나라당 김춘수 의원은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며 전임 시장의 사업중 중단 또는 계속사업에 대한 목록과 시장 역점사업 예산수반 내역 제출을 요구하면서 반발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시의회의 이런 듬직한 모습은 시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대통령선거전에는 내내 말이 없다가 대선 이후에 이처럼 봇물같이 쏟아지는 시의회의 ‘이 시장 때리기’를 보면 뭔가 개운치 않은 맛이 있다는 느낌이다.

행여 정치적 상황변화를 의식한 ‘이 시장 때리기’라면 그것은 분명 잘못 된 것이다.

물론 이 시장에게도 충분히 반성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시는 의회를 무시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시장을 시민들이 선출한 것처럼 시의원 역시 시민들이 선출, 집행부를 감시-감독하도록 임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이 시장이 선거전에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다가 당선된 이후 독선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그 또한 문제다.

허나 이런 일들로 인해 시의회가 감정적으로, 혹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이시장 때리기에 나선 것이라면 그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와 의회가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신뢰가 무너진 세상에서 나는 지금 그런 모습을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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