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화랑유원지에는 시민 수천여명이 단원각에 매달린 1000년의 종이 울리길 기다리며 영하의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계가 열두시정각을 가리켜도 천년의 종은 울리지 않았고 기다리던 시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실망감에 할말을 잃었다.
실망은 곧 분노로 이어져 치지도 않을 종을 뭐하러 시민혈세를 써가며 달았냐며 항의가 잇따랐고 시민들의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시장과 관계 공무원들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안산시 관계자는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시에서는 당초행사계획이 없었으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든 것이라며 난색을 표명했다.
안산시 천년의종은 2000년 단원각에 설치됐지만 유지·관리 태만으로 인해 현재 중심기둥은 목재가 틀어져 갈라졌으며 종 한가운데는 시멘트덩어리가 차지하고 있고 배전판은 아예 내부 스위치도 없이 뜯겨져나가 텅 비어 있었다.
건립당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완공된 단원각 주변은 한차례의 설계변경으로 멀쩡한 조경석을 바꾸는 등 예산낭비와 함께 시공 2년만에 수십년도 더 버텨야할 기둥이 틀어지는 어이없는 부실시공의 모델로 자리 잡고 말았다.
다만 현재까지도 멀쩡한 부분은 건립당시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원 등 이름 남기기에 열성을 다한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안내석 뿐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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