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기준은 ‘개혁’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12 16: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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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새 정부의 첫 총리로 고건 전 서울시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소식이다. 이와 관련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는 “영남 대통령, 호남 총리 구도는 역대정권에서 아무런 이론이 없었던 좋은 제도”라는 말까지 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서 문득 당시 민주당내에서 여러 후보 중에 한 사람에 불과했던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만나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당시 그의 선거 사무실은 이인제 후보 나 한화갑 후보 캠프에 비해 너무나 초라했다. 그런데도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고국장, 지금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무엇입니까?”
“그야 물론 지역갈등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요. 저는 지금까지 지역갈등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외길을 걸어온 사람입니다.”
“그 점은 국민 모두가 인정하고 있을 것입니다. 후보께서는 편한 길을 선택하지 않고 고집스러우리 만큼 어려운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민주당 후보로 부산출마라니...”

“아마 국민들도 ‘지긋지긋’한 지역갈등구조가 끝나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노후보의 영남 지지세는 여전히 미미하지 않습니까. 그 점이 걱정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습니다. 그러나 제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는 날 그림이 달라집니다.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민주당 후보 노무현’이라는 마이크 소리가 전당대회에서 울려 퍼지고, 오색종이가 노무현 머리위로 떨어집니다. 그 날부터 노무현은 ‘DJ 당의 노무현’이 아니라 ‘노무현 당의 노무현’이 되는 것입니다.”

본란 기자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수백 볼트의 전기에 감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지금은 초라하지만 노무현은 끝내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며 지역갈등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가 후보가 돼야한다”는 강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물론 대선 결과는 호남 노무현 영남 이회창식으로 여전히 동서가 양분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3김정치’시대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갈등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노 당선자가 영남 지역에서 획득한 득표율은 지역갈등 구조가 끝나가고 있음을 암시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본란 기자의 생각이다. 더구나 당선 이후 노 당선자의 개혁적인 모습은 영남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과 지지를 얻고 있다.

따라서 이제 ‘지역갈등 구조’라는 화두는 더 이상 정치의 화두가 될 수 없다. 또 정치권과 새 정부는 그런 모습을 보여서도 안된다.

그런데 새 정부 첫 총리 유력 후보를 거론하면서 ‘영남 대통령, 호남 총리’라는 지역갈등 구조의 잔재를 이유로 들먹이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정치의 화두는 ‘개혁’이다. 따라서 새 정부의 첫 총리는 당연히 ‘개혁성’여부가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는 게 본란 기자의 판단이다.

고 전 시장이 과연 개혁적인 인물인가. 그 판단은 노 당선자에게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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